"고양이 사료값 月 20만원 훌쩍"…펫푸드 산업 덮친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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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비 급등…기업들 긴장반려묘를 키우는 직장인 최모씨는 최근 사료 판매회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최씨의 주문 직후 사료 제조사가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의 용량을 줄였다”며 양해를 구하는 연락이 온 것이다. 최씨는 용량 대비 가격이 비싸졌지만 입맛이 까다로운 반려묘를 위해 하는 수 없이 주문을 취소하지 않기로 했다.
곡물·어류·육류 가격 오르자
동물사료도 20~30% 인상
"고양이 한 달 참치캔 값 8만원"
'집사 지갑 닫힐라' 사료社 고심
반려동물을 키우는 ‘집사’(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을 부르는 별칭)들이 글로벌 원재료 가격 상승의 여파를 오롯이 느끼고 있다. 사료를 포함해 각종 반려용품 가격이 치솟고 있어서다. 식품업체 등 반려용품 사업을 하는 기업들도 원재료 가격 인상분을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료값 때문에 통장이 텅 비게 생겨”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반려동물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고양이 사료 ‘내추럴발란스 캣 울트라 인도어’ 용량은 3㎏에서 2.4㎏으로 바뀌며 ㎏당 가격이 1만2666원에서 1만5833원으로 3167원(25.0%) 올랐다. ‘알모네이쳐 캣 참치&새우캔’(70g)은 6개월 전만 해도 개당 2400원이었는데 최근 2600원으로 올랐다.반려묘를 위해 참치캔을 정기적으로 구입하는 하모씨는 “한 달에 소진하는 참치캔 가격만 8만원이 넘는다”며 “가격이 부담스러워 습식캔을 2~3일에 한 번만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단백질 보충을 위해 참치캔과 사료를 동시에 먹이는 집사의 경우 고양이 사료값으로만 한 달에 20만원 넘게 지출하는 사례가 많다. 그 외에도 간식값, 모래값, 영양제값까지 올라 집사의 부담은 더 가중됐다. 온라인 애묘인 커뮤니티에는 “사료값 때문에 통장이 텅 비게 생겼다”는 글이 줄을 잇고 있다.
○주 원재료인 참치·곡물 가격 올라
반려동물 사료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사료의 기본 재료인 곡물, 어류, 육류 가격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가 가장 컸다. 전쟁으로 밀과 옥수수 같은 곡물 가격이 급등하자 반려동물 사료의 원료인 소, 닭 등의 사료값이 덩달아 올랐다.작년 말부터는 환율의 영향도 커졌다. ‘프리미엄’을 추구하는 외국산 사료와 중저가 국산 사료 모두 수입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사료 제조업체 관계자는 “가정에서 키우는 반려동물의 경우 주인이 원물을 그대로 살린 먹거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양이가 좋아하는 연어와 참치도 어획 비용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라면, 생수 등 사람의 먹거리와 달리 반려동물 먹거리는 소비자의 가격 민감도가 덜하다. ‘반려동물은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기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격 저항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전가하기가 수월하다는 분석이 많다.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로얄캐닌을 비롯해 네슬레퓨리나, 내추럴발란스코리아 등 업체들이 작년 말과 올해에 걸쳐 사료 가격을 20~30% 올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사료 제조업체 하림펫푸드의 지난해 매출 원가는 전년 대비 24.9% 상승했는데 매출은 28.1% 오른 36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5억6913만원에서 18억9684만원으로 3.3배 증가했다.
업체 관계자는 “경기 둔화 국면에 따라 반려동물에 대한 소비를 줄이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업체들도 가격 정책을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