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비 작가 "주부시절 취미 삼아 그린 그림으로 큰 사랑 받아"

50만명 팔로워 거느린 인기 일러스트레이터…만화박물관서 독자들과 만나
소파 위에 한 쌍의 부부가 바싹 붙어 앉은 채 정다운 대화를 나누고, 발치에는 고양이가 늘어져 놀고 있다. 보기만 해도 따뜻한 분위기가 전해지는 이 그림은 인기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만화가인 그림비(본명 배성태) 작가의 작품이다.

다정한 부부의 일상을 그려 50만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그림비 작가가 5일 경기 부천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일상 한 컷 인스타툰,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통해 독자들과 만났다.

그림비 작가 하면 떠오르는 부부 일상 일러스트는 전업주부로 지내던 시절 취미활동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졸업하고 직장을 다녔지만 저와 맞지 않았어요.

결혼하고서 아내는 일을 나가고 저는 주부가 됐는데, 청소를 마치고 나면 취미로 그림을 그렸어요.

그중에서 아내와의 일상을 그린 그림이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
그는 "꾸준히 그림을 그려 올리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돈도 벌게 됐다"면서 "어느 순간 (벌이에서) 아내를 역전하게 돼 아내에게 '이제는 네가 쉬어'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그림비 작가의 일러스트에는 대부분 자신과 아내, 고양이 두 마리만 등장한다.

"사실 사람을 많이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등장인물이 세 명만 돼도 땀이 나죠."
그가 친구들보다는 부부의 일상을 주로 그리는 이유다.
그림비 작가는 웹툰 '집사와 꽁냥꽁냥'을 연재한 적도 있지만 긴 호흡의 만화보다는 한 장짜리 일러스트 작업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대학을 졸업할 때 졸업작품으로 120페이지 분량의 만화 한 편을 그렸는데, 제가 이야기를 잘 만들어내는 사람이 아니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만화는 머릿속에 있는 완성작을 하나하나 다 표현해야 하는 '고난의 길'"이라며 "지금 그리는 작품은 많이 걸려도 5시간 정도 들지만, 만화 한 편은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요된다"고 했다.

한 컷 그림이 가진 매력도 빼놓지 않고 설명했다.

"한 장짜리 그림에는 함축의 매력이 있어요.

몇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고는 그중 제일 그 뜻을 함축한 대화를 골라 넣는 식이죠. 보시는 분들 눈에는 껴안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다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만들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겪은 이야기에요.

그림으로 일기를 대신한다는 생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