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푸대접 받던 車, 인도 가더니 불티나게 팔렸다

현대차, 인도서 사상 최대 판매 기록
크레타·베뉴 등 소형 SUV 앞세워
올해는 세단 라인업도 강화
GM 공장 인수 추진, 연 100만대 생산 도전
현대차 크레타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인도에서 사상 최대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현지화하는 전략이 먹혀들면서다.

6일 현대자동차 인도법인에 따르면 2022-23회계연도(2022년 4월1일~2023년 3월31일) 현대차 판매량은 72만565대로 전년(61만760대) 대비 18% 증가했다. 인도 현지에서 생산돼 팔린 차량은 56만7546대, 15만3019대는 해외로 수출됐다.현대차는 이번 회계연도 실적 자료에서 "인도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차종별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뚜렷한 인도 시장 성장세는 크레타 베뉴 투싼 아우라 아이오닉5 등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SUV 계열의 완성차 제품이 현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 차량 보호를 위해 차체가 높은 SUV를 선호하는데, 도로 폭이 좁은 사정을 반영해 대형 SUV보다는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는 소형 모델이 더 잘 팔린다.

지난 회계연도 기준 현대차 중 인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은 인도 맞춤형 모델인 소형 SUV '크레타'로 14만895대 팔렸다. 동급 차종 판매 1위다. 크레타는 현지에서 우리 돈으로 1500만~2700만원대 가격으로 현지 1위 업체인 마루티스즈키의 소형 SUV보다 저렴하다.
현대차 베뉴
국내에선 연간 판매량 1만대가 안 될 정도로 판매 부진을 겪는 베뉴 역시 인도에선 11만8587대 팔렸다. 베뉴의 현지 판매 가격은 1200만~2000만원 사이에 책정됐다. 인도 시장에서 판매되는 베뉴는 현지 전략 맞춤형으로 국내 판매 베뉴보다 동력성능을 줄이고 불필요한 옵션을 빼 가격을 합리화한 게 포인트다.

올해 현대차는 인도에서 세단 라인업도 강화한다.

지난달 현지에 출시한 세단 '올 뉴 베르나'(엑센트 완전변경 모델)가 핵심이다. 타룬 가르그 현대차 인도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올 뉴 베르나는 다재다능함을 갖고 있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호평받을 제품이다. 내년도 실적을 견인할 만한 추진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현대차그룹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인도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제너럴모터스(GM) 인도 탈레가온 공장 인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재 72만대 수준인 인도 현지 생산량을 100만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