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향하는 'SM 저격수'…"몸집 불려 올 겁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인터뷰

미국·캐나다 기관 투자자 러브콜
"기회 많아…몸집 1조까지 불릴 것"
올해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에서 등장한 주주제안 수는 총 151건이었다. 한국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많았다. 주주환원을 외치고 나선 행동주의 펀드들의 제안은 주총 시즌을 뜨겁게 달궜다. 가결된 안건 수는 7건에 그쳤지만, 올해는 행동주의가 사모펀드의 핵심 투자 전략으로 떠오른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지난해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과 SM엔터가 맺은 계약을 문제 삼으며 행동주의 열풍의 중심에 섰다. 올해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해 일부 변화를 이끌어 내는 등 이슈 몰이를 했다. 주총 시즌이 끝난 뒤 다음 행보를 준비 중인 이 대표를 6일 서울 여의도 얼라인 사무실에서 만났다.

"행동주의는 장기전(長期戰)…플레이어 많아지길"

행동주의 펀드들의 성패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모든 행동주의들이 나름의 성과들이 있었다"며 "갈 길이 멀지만 실패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주주제안 통과 숫자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며 "과거에는 기업들이 주주하고 이야기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주총을 이기든 지든 주주 캠페인을 신경 써야 하는 환경"이라고 했다. 회사가 신경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것에 의미를 둔다는 것이다.

그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위 '기업사냥꾼'이라는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행동주의는 기업을 바꾸는 장기전(長期戰)"이라며 "지분을 오래 들고 가면서 변화를 추구하는 '시간 싸움'"이라고 했다. 이어 "행동주의가 집중하는 부분은 회사의 실적 또는 지배구조의 변화고, 이는 일반 주주에게도 좋은 일이라는 인식이 생겼다"고 자평했다.

더 많은 사모펀드들이 행동주의 전략을 들고 나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이번 주총에서 많은 행동주의 펀드들이 나선 점이 너무 좋다"고 했다. 우호적 지분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주주의 목소리도 커지고, 투자 수익도 챙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JB금융서 소기 성과…기관투자자 간담회 신설"

이 대표가 말하는 나름의 성과란 이 대표 자신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다. 얼라인은 JB금융지주와 배당, 사외이사 선임 등을 두고 주총에서 맞붙었지만 표 대결에서 패배했다. OK저축은행,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들은 얼라인 주주제안이었던 보통주 주당 900원 배당안 대신 이사회 배당안(보통주 주당 715원)의 손을 들어줬다. 이 대표는 "JB금융지주 2대 주주(지분율 14.04%)로서 주총 몇 달 전부터 주주환원 확대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지만 거절당해 당황했다"며 "SM엔터 주총 등 다른 이슈로 인해 준비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주주제안이 가로막힌 것과는 별개로 소기 성과는 있었다고 자평했다. 이 대표는 "김기홍 JB금융 회장이 두 가지를 약속했다"며 "얼라인의 주주 제안 내용을 경영진이 의사결정을 할 때 늘 주요 고려 사항으로 두겠다고 한 점, 기관 투자자 간담회를 열겠다고 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JB금융지주 투자를 장기적인 관점으로 보고 있다"면서 2대 주주로서 주주환원에 대한 주장을 꾸준히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캐나다 기관 투자자 러브콜…"몸집 불린다"

이 대표는 7일부터 2주간 미국과 캐나다로 출장을 떠난다. 목적은 펀드 레이징(모금)이다. 얼라인은 연기금, 운용사 등 해외 기관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기회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운용 자산이 너무 작아서 한계가 있었다"며 "행동주의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해외 투자자들이 접선해왔다"고 했다. 얼라인은 약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다. 그는 "이번 만남으로 펀드 레이징이 성사될지는 모르겠지만, 1조원 수준까지는 펀드 규모를 키우는 게 목표"고 말했다.앞으로 행동주의를 펼칠 기업에는 조용히 접근하겠다고 했다. 얼라인이 SBS에 추천한 이남우 연세대 국제대학원 객원교수가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된 사례를 들며 "공식적인 주주제안보다는 조용하고 우호적인 제안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구체적인 타깃이 정해져 있진 않다"며 "그간 투자해 온 회사에 대던 잣대를 동일하게 대며 투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