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외고, 특목고 지위 포기…농촌형 자율고로 전환한다

교육부 "신입생 충원 장애 등 상황 고려" 특목고 취소 동의
2024년부터 일반고 신입생 모집…일각에선 "졸속 추진" 비판
강원도 내 유일한 외국어고등학교인 양구 강원외고가 특목고 지위를 내려놓고 일반고로 전환한다. 교육부는 "강원도교육청의 강원외고에 대한 특목고 지정 취소 신청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어제(5일) 교육청 측에 전달했다"고 6일 밝혔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특수목적고등학교 등 지정위원회를 열어 강원도 관계자의 입장을 듣는 등 심의를 진행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수가 감소하는 데다 외국어고 특성상 이공계열 희망 학생이 진학하기 어려운 점 등 신입생 충원에 여러 장애물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며 "자발적으로 취소 신청한 사안인 만큼 학교가 처한 상황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지정 취소에 동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강원외고는 조만간 도 교육청에 '농촌형 자율고' 지정을 요구할 예정이다.

강원외고가 농촌형 자율고로 전환을 시도하는 주된 이유는 '경쟁력 확보'다.

농촌형 자율고로 전환 시 문과만 뽑을 수 있는 외고와 달리 이과 우수 학생을 고루 선발할 수 있고, 국·영·수 등 핵심 과목을 일반계고보다 20% 이상 더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고 운영방식으로는 경쟁력 확보에 한계를 느낀 강원외고는 2016년부터 일반고 전환을 추진했다.

2018년 교육부의 외고·자사고 폐지 정책에 따라 학부모와 학생들의 동의를 받아 도 교육청에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으나 당시 민병희 교육감은 "일단 외고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부결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중순 도 교육청을 통해 교육부에 재차 특목고 지정 취소를 신청, 마침내 동의를 얻었다.
강원외고는 재학생들에게는 졸업할 때까지 외국어고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2024학년도에는 농촌형 자율고로 전환해 신입생을 받을 계획이다.

다만 농촌형 자율고로 전환한 뒤에도 당분간은 교명을 유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강원외고의 일반고 전환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이기찬(양구) 강원도의회 부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특목고 지정 취소 과정에서 충분히 여론을 수렴하지 않았다"며 학교장과 이사장을 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의장은 기존 일반고인 양구고·양구여고와 경쟁이 심화할 수 있는 점, 기존에 운영 중이던 장학 지원 사업을 폐지해야 하는 점 등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주원섭 강원외고 교장은 "몇 개월 만에 졸속으로 추진하는 게 아닌 7년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하고 추진해온 일"이라며 "지역주민들의 의견도 충분히 수렴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