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쏟아진다?…서울 신규물건 되레 줄어

1~3월 평균 신건 42건 그쳐
작년 하반기 건수보다 감소
25개區 중 8곳은 1건 이하

고금리로 이자부담 커진 영끌족
신건 증가 예상됐지만 빗나가
강남 아파트 경매 취하도 속출
지난 2월 매각 일정이 잡혔지만 경매가 취하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지지옥션 제공
금리 인상 여파로 상반기 경매 물건이 쏟아질 것이란 예측과 달리 올 1분기(1~3월) 서울 아파트 신규 경매 물건은 작년 하반기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 8개 구는 평균 한 건 이하여서 사실상 새 경매 물건이 나오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정부의 전방위적 규제 완화로 서울 아파트값 하락세가 둔화하고 있는 데다 시중은행이 대출이자를 낮추면서 이자 부담도 줄어든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영등포구, 강동구 등 경매 신건 ‘제로’

6일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서울 아파트 신규 경매 물건은 월평균 42건으로, 작년 하반기(7~12월) 월평균 59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상반기(1~6월)에 월평균 37건에 불과했던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은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작년 하반기에 급속히 증가했다.

시장에선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산 사람) 물건이 나오면서 상반기 서울 아파트 경매 물건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후 서울 아파트 반등 거래가 잇따르면서 기존 전망과 다른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다.

서울 25개 구 중 8개 구는 올 들어 신규 아파트 물건이 월평균 한 개를 밑돌았다. 영등포구는 한 건도 없었고, 강동구는 3개월간 단 한 건이 나왔다. 강북·강서·광진·구로·마포·성동구 등은 평균 0.6건의 아파트 물건이 나왔다. 다른 지역도 평균 1~2건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대체로 적은 편이었다.신규 물건이 가장 많은 지역은 강남구로 평균 6건이었다. 서초(3건)와 송파·은평구(각 2.6건)가 뒤를 이었다. 작년 하반기 강남구는 월평균 7.1건의 새 물건이 나왔고 서초구와 송파구는 각각 5.3건, 1.1건이었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강남권은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으로 경매에 나온 게 아니라 대체로 일반 채권과 가압류 등에 의한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상황보다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사업 악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취하 물건 잇따라…아파트 쏠림 심화

신규 물건이 드문 가운데 경매 취하도 잇따르고 있다. 강남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인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당초 3건의 매각일이 잡혔지만 이 중 2건은 취하됐다. 경매가 이뤄진 타워팰리스 전용면적 137㎡는 감정가(28억7000만원)의 103.7%인 29억7000만원에 팔렸다. 삼성동 ‘아이파크삼성’도 2건이나 취하됐다.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후 서울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화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이 선임연구원은 “경기, 인천 등 다른 지역에선 아파트 신건이 많이 나오고 서울 내에서도 빌라, 다가구 주택 등은 신규 물건이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이 분석한 서울 주택거래량도 82.5%가 아파트일 정도로 아파트 쏠림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 거래 비중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아파트 관련 규제가 완화되면서 실수요자들이 환금성이 낮은 빌라보다 아파트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주춤하고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작년 말보다 오히려 내려온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연 3.6~5.8% 수준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연 3%대로 내려온 것은 작년 2월 후 1년여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기준금리를 10차례에 걸쳐 인상했지만 올해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