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침체 가능성에…금값, 사상 최고 눈앞

2031弗…안전자산 수요 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금값이 연일 치솟아 사상 최고가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오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자 안전자산인 금을 사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6일 오전 2시(현지시간) 기준 금 선물 6월물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트로이온스당 2031.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4일 2000달러를 넘어선 뒤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금 선물 가격의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는 2020년 8월 기록한 트로이온스당 2069.4달러다. 시장에서는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2300달러에 도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금값이 연일 오르는 것은 미국의 고용지표 부진과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8000건으로 예상치(20만 건)를 웃돌았다. 4일 발표된 미국의 2월 구인 건수는 990만 건으로 2021년 5월 후 처음으로 1000만 건 아래로 내려갔다.

월가에서는 그간 고용지표가 견조하다는 점을 근거로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부진한 고용지표가 잇달아 발표되자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급속하게 확산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금값 2050달러 선이 중요한 저항선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돌파할 경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향해 빠르게 치솟을 수 있다”고 전했다.

씨티은행 "금값 2300弗 갈 것"…美 경제 '노랜딩' 없을 듯

미국 경제가 침체 없이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노랜딩’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의 금값 급상승은 투자자들이 미국의 경기 침체에 베팅하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분석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여전히 긴축 기조를 늦추지 않고 있어 경기 불확실성을 더 키우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랜딩 가설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 2월 보도하면서 널리 퍼진 용어다. Fed가 금리를 급격하게 올렸음에도 고용, 물가 등 미국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오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당시 공개된 미국의 1월 실업률은 3.4%로 1969년 5월 이후 5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위기가 중소 은행을 중심으로 번지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 초입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SVB와 시그니처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이 초우량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 국채를 대거 사들였다는 이유로 대규모 자본 손실을 입으면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겪었기 때문이다.

고용지표를 비롯해 생산자물가지수, 소매판매 등 다양한 경제지표에서도 둔화 양상이 포착된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2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3.9포인트 하락했다.

소비도 줄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2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4% 감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스트코의 3월 매출 증가율은 약 0.9%로 2020년 4월 이후 최소폭이었다.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계속 갈아치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경기 침체 징후가 갈수록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4분기까지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220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은행은 금값이 2300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매체 배런스는 “금은 불확실한 시기에 투자자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며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 협상까지 앞두고 있어 안전자산 수요는 금으로 더 쏠릴 것”으로 예상했다.

박신영/장서우/오현우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