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폴란드, 서방의 '전투기 연합' 형성도 도울 것"(종합)

폴란드, 레오파르트 2에 이어 미그-29도 가장 먼저 제공키로
개전 후 첫 폴란드 방문 젤렌스키 "진정한 친구" 사의
"가장 중요한 건 병사 잃지 않는 것"…바흐무트 전황 언급도
폴란드는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에 미그-29기 8대를 이미 보낸 데 이어 6대 추가 공급을 준비 중이고, 향후 한국과 미국에서 대체 전투기가 오면 필요시 남은 미그-29기 모두를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전쟁이 시작된 후 처음 폴란드를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폴란드가 우크라이나를 위한 서방의 '전투기 연합' 형성을 도울 것이라며 서방에 거듭 전투기 희망 의사를 강조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이날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이미 미그-29기 8대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그-29기 4대는 이미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에 넘겨졌고, 나머지 4대는 현재 넘겨져 모두 8대가 전달됐다"면서 "6대는 정비 중으로, 곧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다 대통령은 현재 폴란드군이 보유한 전투태세가 완비된 미그-29기 28대는 당분간 보유하되, 이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에 주문한 전투기가 도착하면 역시 우크라이나에 넘길 수 있다고 밝혔다.

폴란드 외에는 슬로바키아가 현재 미그-29기 4대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

폴란드는 1989∼2004년 미그-29기 45대를 사들였다. 구소련에서 12대, 체코에서 10대, 독일에서 구동독군이 보유했던 23대 등이다.

폴란드가 구동독에서 사들인 미그-29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려면 독일의 승인이 필요하다.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우크라이나에 군사적 지원을 가장 많이 한 3위 협력국"이라며 "우리는 영웅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에 저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300대 이상의 전차와 자주포, 미사일 등을 지원했다. 우리의 지원은 계속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오는 7월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군사적 잠재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포함한 추가적 안전보장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폴란드의 유럽연합(EU) 가입도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폴란드) 리더십이 전차 연합에서 증명된 것처럼 전투기 연합에서도 발휘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폴란드의 지원에 사의를 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독일의 레오파르트2 주력전차를 가장 먼저 지원하겠다고 나서는 등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주력전차 등 중무기를 제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서방 주요국들은 우크라이나의 계속된 전투기 지원 호소에 난색을 보이고 있으나 폴란드는 먼저 미그-29 지원을 결정하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폴란드도 우크라이나가 가장 희망하는 F-16 전투기에 대해서는 당분간 제공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폴란드는 우리의 협력국일 뿐 아니라 진정한 친구라고 믿는다"라면서 "우리가 붕괴하지 않게 지원해줘서 정말 고맙다.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러시아가 더 진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나라도, 자유도, 러시아가 강제로 끌고 간 우리 아이들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것도, 특히 우리의 독립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폴란드인들에게 "우크라이나인을 환영하고 재워준 따뜻함에 감사한다"면서 "우크라이나는 이를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에게 깊이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까지 폴란드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인 수는 1천만 명이 넘는다.

폴란드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난민도 158만명에 달한다.

모두 유럽 최대 규모다.

두다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폴란드 최고 영예인 '흰 독수리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는 뛰어난 업적을 낸 폴란드 시민이나 외국의 고위급 인사에게 제공되는 훈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전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수개월째 이어지는 러시아 측 공세에도 우크라이나는 바흐무트를 사수키로 지난달 결정했으나 러시아군에 의한 포위 우려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이 바흐무트에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면서 아직 바흐무트 내 머무르고 있기는 하지만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철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병사들을 잃지 않는 것"이라면서 "병력이 포위돼 병력을 잃을 위험이 있다면 그곳의 장군들이 이에 상응하는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답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런 발언에 대해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도, 이후 한나 말랴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이 "러시아의 동부 점령 시도에도 전선 상황은 완전히 통제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러시아 용병단 '와그너그룹'이 지난 주말 바흐무트 중심지를 점령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우크라이나는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