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이 그리운 그대여,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라 [뮤지컬 리뷰]

누구에게나 인생의 '리즈 시절'(과거의 전성기를 일컫는 유행어)이 있다. 젊은 꿈에 부풀고 사랑에 설레던 시절, 뭐든 할 수 있을 거란 용기에 가득했던 그때. 그 시절의 에너지로 가득한 뮤지컬 '맘마미아!'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에게 잊고 있던 젊음을 선물한다.

최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맘마미아!'는 세계적인 인기 팝 그룹 아바(ABBA)의 노래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1999년 영국에서 초연한 뒤 지금껏 전 세계 450개 도시에서 공연해 온 인기 작품이다. 국내에선 2004년 처음 공연해 2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이 작품은 그리스의 한 작은 섬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도나와 그의 딸 소피의 이야기다. 아빠 없이 자란 소피는 본인의 결혼식을 앞두고 아빠를 알고 싶어 엄마의 옛 남자친구 샘, 해리, 빌 등 3명을 몰래 섬에 초대한다. 결혼식을 24시간 남겨 놓고 누가 진짜 아빠인지를 찾는 내용이다.

노래와 스토리가 절묘하게 잘 맞아떨어진다. 넘버는 모두 '댄싱퀸', '맘마미아' 등 아바의 익숙한 히트곡 22곡으로 이뤄졌는데, 거의 대부분의 가사가 원곡 그대로 사용됐는데도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한국어 가사 번역도 자연스럽다. 익숙한 곡이 흘러나올 때면 객석 의자에 붙은 엉덩이가 들썩일 정도로 흥겹다. 공연장에선 특히 중년 관객이 자주 눈에 띄었다.

2007년부터 도나를 맡아 총 1000회 넘게 도나를 연기하고 있는 배우 최정원은 캐릭터 해석이 탁월하다. 아니, 도나 그 자체다. 인위적인 연기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표정과 노래, 대사, 춤 모든 면에서 다 그렇다. 넘버 'The winner takes it all'을 부를 땐 터질 것 같은 성량에 객석에서 감탄사가 쏟아져 나왔다. 가슴을 울린다.
최정원의 도나뿐 아니라 도나의 오랜 친구 타냐(배우 홍지민 분)와 로지(김경선 분)의 에너지도 객석을 들썩인다. 무대를 보다 보면 마치 세 배우가 실제로 절친한 친구인 것처럼 자연스러운 조화가 묻어나온다. 친구 딸의 결혼식을 위해 모인 이들 삼인방이 스무살 시절을 떠올리며 넘버 '댄싱퀸'을 신나게 부르는 장면은 지켜보는 관객들까지 젊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이 공연의 백미 중 하나는 공연이 다 끝난 뒤 이어지는 커튼콜. '맘마미아' '댄싱퀸' '워터루' 등 아바의 명곡을 배우들이 콘서트처럼 공연한다. 앙상블들까지 모두 나와 무대를 축제처럼 달군다. 중장년층 관객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노래를 즐기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다만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몇가지가 있다. 먼저 대극장에 어울리지 않는 다소 소박한 무대 장치. 무대 디자인의 수준이 배우들의 역량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스태프들이 무대 세트를 이동시키는 모습이 고스란히 노출될 때마다 이야기 밖으로 튕겨져 나오는 느낌이다. 배우들이 등·퇴장하는 모습이 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연기자 출신으로 뮤지컬에 도전한 배우들의 발성과 가창력도 아쉽다. 그중 하나가 이번 작품에서 샘을 맡은 배우 장현성이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활약하는 그의 연기력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뮤지컬에선 아직 보완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발성과 몸의 움직임이 뮤지컬 전문 배우들과 비교했을 때 수준 차이가 난다.

몇가지 아쉬운 부분을 고려해도 전반적으로 추천할만한 뮤지컬이다.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이나 어떤 조바심 없이 편안하게 미소지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젊음을 다시 떠올리고 싶은 그대, 지금 이 뮤지컬을 보시길. 공연은 6월 25일까지.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