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탈락 위기 처한 '황제'…우즈, 마스터스 첫날 2오버파 [여기는 마스터스!]

7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서널GC(파72·7545야드) 18번홀 그린. 약 1m 거리의 보기 퍼트를 마무리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7·미국)의 흰색 상의가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섭씨 30도까지 오른 더운 날씨에 뜨거운 볕 아래서 가파른 경사의 코스를 모두 걸어서 소화한 탓이다. 1라운드 스코어는 2오버파 74타. 조금 절뚝이는 걸음으로 그린을 나서는 그의 얼굴에서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우즈가 25번째 마스터스에서 첫날부터 위기를 맞았다. 이날 열린 마스터스 대회 1라운드에서 우즈는 버디 3개를 잡고 보기를 5개 쳤다. 오전 6시 기준 공동 54위, 공동선두 빅토르 호블란(노르웨이), 욘 람(스페인), 브룩스 켑카(미국)과는 9타 차이다. 커트 통과를 위해서는 2라운드에서 타수를 최대한 줄여 순위를 끌여올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날 우즈는 경기 시작 1시간 전부터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샷을 가다듬었다. 웨지를 시작으로 아이언, 우드, 드라이버를 순서대로 점검했다. 다양한 클럽을 잡고 거리와 구질, 탄도 등을 체크했다.
사진=UPI
현지 시간으로 오전 10시 18분, 갤러리들의 뜨거운 환호를 받으며 우즈가 티잉 구역에 들어섰다. 첫 티샷은 좋았다. 공이 페어웨이 한가운데 떨어지며 순조롭게 흐르는 듯 했다. 하지만 전반에는 황제답지 못한 플레이가 이어졌다. 7번홀(파4)까지 3타를 잃었다. 8번홀(파5)에서 버디로 1타 만회하는듯 했지만 11번홀(파4)에서 또다시 보기를 기록해 한때 3오버파까지 떨어졌다.

샷감은 좋았다. 그린적중률은 76%로 이날 평균 66%보다 높았고 페어웨이 안착률도 71%로 양호했다. 평균 비거리는 393야드로 평균 297야드를 웃돌았다. 최고 326야드를 날린 샷도 있었다. 문제는 퍼트였다. 거리감이 조금씩 빗나가면서 버디 기회를 좀처럼 살리지 못했다. 길지 않은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치며 보기로 마감한 홀이 많았다. 3퍼트도 두번이나 나왔다.

15번홀(파5)과 16번홀(파3)에서 연달아 버디를 잡아내며 전성기 시절의 플레이를 살려내는 듯 했다. 하지만 18번홀(파4)에서 그의 다리가 제동을 걸었다. 티샷한 공이 벙커 바로 앞에 멈추면서 왼발은 페어웨이, 오른발은 벙커에 디디고 스탠스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오른발이 충분한 힘을 주지 못하면서 자세가 흔들렸고 샷은 그린 오른쪽 벙커에 빠졌다. 샷을 친 뒤 중심을 잃으면서 벙커에서 왼쪽 다리로 여러번 뛰어야 했다. 3타만에 공을 그린에 올렸지만 결국 보기로 마무리했다.
사진=AFP
경기를 마친 뒤 우즈는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오늘이 타수를 줄여야 하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잘 살리지 못했다"며 "아이언으로 핀에 충분히 가깝게 붙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우즈는 다리가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평지를 걸을때도 조금씩 절뚝였고 내리막에서는 2021년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입었던 왼쪽 다리에 힘을 싣기 어려운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클럽을 지팡이처럼 사용하는 모습도 여러차례 나왔다. 경기를 마친 뒤 인터뷰에서도 "다리는 계속 아프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즈는 이제 커트 통과를 위해 최대한 타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급격히 악화되는 날씨가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교통사고 이후 우즈는 추위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오거스타=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