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성공한 이민자들이 실리콘밸리에 많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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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디지털 경제와 다양성1958년 가방회사 에틀랜틱러기지컴퍼니의 데이비드 블룸 이사는 여행용 가방에는 왜 바퀴가 없을까 의아했다. 무거워 허리가 아프고, 때로는 비싼 짐꾼을 고용해야 했다. 게다가 바퀴를 다는 건 생산비용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기존 디자인과 유통망에도 잘 맞았다. 하지만 회장은 블룸의 기대와 달리 도대체 누가 바퀴 단 가방을 사겠느냐며 비웃을 뿐이었다.
다양성은 재결합 혁신을 통한 효율성 증진의 관점에서 필요
다이슨과 여행용 가방
전문가들은 혁신을 크게 두 형태로 구분한다. 주어진 문제나 전문 분야를 더 깊이 파고드는 예측 가능한 혁신과 예전에는 연관성이 없던 두 분야의 아이디어를 채택해 융합하는 혁신이다. 다이슨은 전자의 대표적인 예다. 제임스 다이슨은 자신이 만든 진공청소기 디자인을 집요하게 수정한 끝에 사이클론 집진기의 크기를 조정해 공기에서 먼지를 분리해내는 방법을 찾아냈다.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그 효율은 높아졌고, 깊이 있는 지식이 쌓여 갔다. 소위 ‘점진적 혁신’이다.블룸의 여행용 가방은 ‘재결합적 혁신’이다. 대개 재결합 혁신은 극적이다. 다른 영역에 존재하던 아이디어를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기 때문이다. 과학 작가 맷 리들리는 재결합적 혁신을 유성생식에 빗대기도 한다. 서로 다른 개체의 유전자가 합쳐지면서 발생하는 변이의 누적으로 생물학적 진화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만약 수십억 년 전 미생물이 유전자 교환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이후 동물들이 성적 결합을 통해 이를 지속하지 않았다면 다리나 신경, 뇌를 구성하는 유전자들이 만들어질 수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생각의 아웃사이더
결합 전에는 각 영역의 독립적 아이디어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결합은 탄성을 부르는 새로움으로 이어진다. 이론 분야도 마찬가지다. 연관이 없어 보이던 심리학과 경제학이 결합하자 행동경제학이라는 분야가 탄생했다. 다양성은 이런 재결합 혁신의 핵심요소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 낯선 것과 익숙한 것, 외부자와 내부자, 음과 양 등을 한데 모으는 과정이다. 문제는 재결합 능력의 부재가 아니라 결합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눈이 누구에게나 있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독 이 분야에 강점을 지닌 사람들이 존재한다. 바로 생각의 아웃사이더들이다. 에스티 로더, 헨리 포드, 일론 머스크, 월트 디즈니, 세르게이 브린, 제리 양, 아리아나 허핑턴, 피터 틸 등 이름만으로도 어떤 업적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이들의 공통점은 이민자 혹은 그 가족이라는 점이다.2017년 12월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43%가 이민자 혹은 그 자녀가 창업했으며, 상위 35개 기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그 비율은 무려 57%로 높아진다. 이들은 기술과 특허 생산에서 상대적으로 훨씬 많은 기여를 했으며,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에서는 이민자가 창업한 기업이 더 빨리 성장하고 더 오래 생존했다. 이들의 성과가 두드러지는 이유는 다른 문화와 일 처리 방식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새로운 국가에서 아이디어나 특정 기술을 볼 때 수정하거나 재결합하기 쉬운 부분을 먼저 찾는다. 또한 이들은 두 문화를 경험한 덕분에 아이디어를 결합할 수 있는 범위도 넓다. 현재 상황에 의문을 던지며 다양한 경험으로 재결합하며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