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채 대표 "블랙핑크 게임 세계인이 즐길 것"…K콘텐츠 새 영역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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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채 테이크원컴퍼니 대표지난달 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블랙핑크 월드투어에는 6만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음악에 맞춰 팬들이 환호성을 지르는 순간 공연장 전광판에 ‘BPTG’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타났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알파벳의 나열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BPTG란 이름의 유튜브 공식 채널과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1주일 만에 각각 20만 명과 30만 명의 팔로어가 모였다.
엔터·VC 업계 거쳐 게임사 창업
2년 걸려 '블랙핑크 더 게임' 개발
"연예인 게임 재미없다, 편견 깰 것"
이틀 만에 사전 예약자 100만명
BPTG가 ‘블랙핑크 더 게임(BlackPink The Game)’의 약자라는 건 이달 4일에야 공개됐다. 게임 스타트업 테이크원컴퍼니가 전작 ‘BTS월드’ 후속으로 2년간 공들인 모바일 게임이다. 정민채 테이크원컴퍼니 대표(42·사진)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예인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이 재미없다는 편견을 반드시 부수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엔터테인먼트업체와 게임사에서 쌓은 경력을 토대로 독자적인 K콘텐츠 영역을 개척하고 있는 그의 포부다.정 대표는 영국 런던대에서 미디어학을 전공하고 넷마블과 초록뱀미디어에서 일했다. 각각 해외 전략과 드라마 제작(PD) 직무를 맡았다. 야구 게임 ‘마구마구’, 드라마 ‘추노’ ‘지붕 뚫고 하이킥’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이후엔 벤처캐피털(VC)에서 투자심사역을 했다. “게임사와 엔터테인먼트사의 합종연횡이 콘텐츠산업의 미래”라고 역설했지만, 주변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었다. 2016년 창업을 택했다.
테이크원컴퍼니가 시장에 이름을 알린 건 2019년 모바일 게임 BTS월드를 만들면서다. 초반 흥행엔 성공했지만 “게임이 단조롭다”는 지적도 받았다. 차기작에선 ‘유명 IP’와 ‘게임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했다. 정 대표는 “BTS를 이을 IP에다 게임 출시 시점인 2년 뒤에도 세계적 인기를 유지할 그룹을 섭외하는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해외 SNS 조사를 통해 블랙핑크를 낙점하고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를 설득하는 데만 반년이 걸렸다.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도 힘썼다. 그는 “BPTG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블랙핑크의 사진과 영상이 있다는 점”이라며 “20시간씩 촬영하며 네 멤버별 콘텐츠를 쌓았다”고 했다. 멤버별 3차원(3D) 아바타도 개발해 기존 게임과 차별화했다. 정 대표는 BPTG를 특정 장르로 정의하지 않았다. 유저가 블랙핑크의 프로듀서가 돼 멤버를 성장시키는 게 기본적인 게임 방식이지만 “모바일 게임 4~5개를 합친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포토 카드를 활용한 퍼즐 게임, 소속사를 경영하는 시뮬레이션, 아바타 꾸미기 등 다양한 게임 요소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BPTG는 상반기 세계에 동시 출시된다. 게임 사전 예약자는 등록 시작 이틀 만에 100만 명을 넘어섰다. 그는 “연예인 IP 게임에 대한 게임사 개발자들의 편견이 상당하다”며 “팬이 아닌 일반 게이머까지 사로잡아 업계의 부정적 인식을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