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쾌속질주…LG전자, 1분기 '깜짝 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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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이익 1조4974억원LG전자가 올 1분기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분기 기준 영업이익을 추월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원자재 가격 안정화와 프리미엄 가전 판매 확대에 힘입어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냈다는 분석이다. 자동차 전기장치부품 사업 성장과 기업 간 거래(B2B) 비중 확대 등 사업 구조 개선으로 수익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장추정치 34.3% 웃돌아
처음으로 삼성전자 제쳐
원자재값·물류비 안정화에
프리미엄 가전 판매 증가 효과
"2분기도 실적 호조세 이어갈 듯"
○시장 예상 뛰어넘은 ‘깜짝 실적’
LG전자는 올 1분기 매출이 20조4178억원, 영업이익은 1조4974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 22.9% 감소했다. 다만 지난해 이맘때엔 일시적인 특허 수익이 영업이익으로 잡힌 점을 감안하면 올 1분기 주요 사업의 수익성은 오히려 10∼20% 높아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LG전자의 올 1분기 실적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웃돌았다. 1분기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1.7% 줄어든 매출 20조7540억원, 40.7% 감소한 영업이익 1조1149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컨센서스를 34.3% 웃돌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깜짝 실적 덕분에 LG전자는 분기 영업이익 기준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쳤다.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후 처음이다. 이날 함께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반도체 업황 악화로 전년 동기 대비 95.8% 줄어든 6000억원에 그쳤다.
○사업구조 개선으로 수익성 확대
LG전자가 이처럼 선방한 이유는 가전 및 TV 수요 회복은 여전히 부진하지만 주요 원자재와 물류 측면에서 비용 감소 규모가 예상을 웃돌았기 때문이다. 회사 실적을 갉아먹던 물류비가 큰 폭으로 줄었다. 매출의 6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는 수출 기업인 LG전자는 코로나19 기간 물류비 증가로 큰 타격을 받았다. 지난해 물류비는 3조9437억원으로 매출의 4.7%를 차지했으나, 올 들어 1조원 이상 급감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프리미엄 모델 중심의 성장 전략도 통했다. OLED TV와 프리미엄 가전, 건조기와 로봇청소기 등의 비중이 늘어난 게 호실적을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LG전자의 사업 구조 개선 노력도 수익성 확대에 한몫했다는 평가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오랜 불황을 타개하고 근본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워룸’을 가동 중이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단기 비용 절감에 그치지 말고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건강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지향점”이라고 거듭 강조해왔다.H&A(홈어플라이언스앤드에어솔루션)사업본부는 일반 소비자 시장이 쪼그라들자 히트펌프 등 B2B 사업 비중을 확대했다. 이번 분기 B2B 가전 매출은 8000억~9000억원으로 작년(4460억원)에 비해 두 배가량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TV 사업을 담당하는 HE(홈엔터테인먼트) 사업본부도 기존 하드웨어 사업을 넘어 콘텐츠와 서비스 중심으로 사업 구조 체질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웹 OS플랫폼 사업 매출은 사업 초기이던 2018년 대비 10배 가까이 늘었다. 그 덕분에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TV 수요가 줄어든 와중에도 HE 사업본부는 4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아픈 손가락’이던 VS(전장) 사업본부는 지난해 흑자 달성에 성공한 뒤 올 1분기에도 매출 확대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올해 수주 잔액을 90조~100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BS(비즈니스솔루션) 사업본부 매출도 졸업·입학·취업 시즌과 맞물려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시장에선 LG전자가 2분기에도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분기엔 TV와 가전 수요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2분기 들어선 주문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전장 사업부의 비용이 줄어든 효과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증권가에선 LG전자의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11% 증가한 19조6794억원, 영업이익은 11.18% 늘어난 880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