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최저임금 45년만에 개편…도시·농어촌간 격차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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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등급 4→3단계로 축소광역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른 일본의 최저임금 제도가 45년 만에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된다. 지역과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한국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평균 임금수준 향상 기대
'지역별 차등 추진' 韓과 대조
일본 후생노동성은 현재 A~D의 4단계인 최저임금 지역 등급을 올해부터 A~C의 3단계로 줄인다고 7일 발표했다. A등급은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지역 6곳으로 변화가 없으나 B등급이 14곳에서 28곳으로 늘어난다. 47개인 일본 광역 지자체의 절반 이상이 B등급이다. C등급 지역은 13곳으로 줄어든다.
일본은 매년 여름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평균 인상액을 결정하면 광역 지자체가 지역 사정을 반영해 독자적으로 최저임금을 확정한다. 단 전체 지역을 4단계로 나누고, 같은 등급의 지역은 동일한 액수를 인상한다. 같은 A등급인 도쿄와 오사카, 아이치는 이듬해 최저임금을 동일하게 30엔씩 올리는 식이다.
하지만 대도시 지역인 A등급의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는 반면 농촌지역인 C~D등급의 인상 폭은 부진하면서 도농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2년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와 가장 낮은 오키나와의 차이는 104엔(약 1040원)이었다. 올해 두 지역의 최저임금 차는 219엔으로 20여 년 새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방 인재들이 최저임금이 훨씬 높은 도쿄로 몰리면서 지방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반면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최저임금 지역 등급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면 등급 간 차이가 좁혀지면서 자연스럽게 도농 격차도 줄어들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새 최저임금 지역 등급은 지역 경제지표뿐 아니라 근로자 수도 감안했다. A와 B등급에 포함된 34개 광역 지자체의 근로자 수는 일본 전체 노동력의 9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전체적인 임금 수준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도 최근 “일본의 최저임금을 1000엔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최저임금 격차를 줄이려는 일본의 움직임은 최저임금을 차등화하려는 한국과 반대 방향이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을 지역별·업종별로 차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