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촌주공 욕심 과하다"…대출이자 인하 요구에 은행들 '거절' [유오상의 재건축실록]
입력
수정
PF 위기 넘겼지만, 대출 이자 두고 갈등 계속‘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란 수식어가 붙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이주비 대출 이자가 높다며 은행들에 금리 인하를 요구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주비 대출을 해준 은행들이 만장일치로 인하를 결정해야 대출 이자가 줄어든다. 하지만 일부 은행들이 거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은행을 상대로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며 비난에 나섰다. 은행들은 “사업이 어려울 때 도왔는데 욕심이 과하다”는 반응이다.
6개 은행 이견 보이면서 사실상 인하 무산
조합 “실망과 분노”…은행들 “과도한 요구”
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에 이주비를 대출해준 6개 은행은 최근 조합에 대출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한 답변을 보냈다. 일부 은행은 조합의 요구대로 소폭의 대출 금리 인하를 검토해 볼 수도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지만, 다른 은행은 “금리 인하가 어렵다”고 직접 거절 의사를 밝혔다.이주비 대출 금리를 인하하려면 대출에 나선 6개 은행이 만장일치로 인하에 동의해야만 한다. 그러나 일부 은행이 직접적으로 거절 의사를 내보이면서 사실상 금리 인하는 불가능하게 됐다. 조합은 은행의 인하 요구 거절에 “커다란 실망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 조합 관계자는 “최대 0.6%포인트를 내릴 수 있다고 회신한 은행도 있었다”며 “대출 수수료는 챙기면서 조합원의 이자 부담에는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조합은 사업 지연에 따라 이주비 대출을 연장하며 은행으로부터 6.88%의 금리를 통보받았다. 2017년 첫 이주비 대출 당시에는 금리가 4%대 중반이었지만, 그 사이 기준금리가 크게 오른 데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며 은행의 부담도 커졌다.
은행은 조합의 금리 인하 요구에 “어려울 때 도와줬는데 다른 사업장보다 이자를 더 깎아달라는 것은 과도하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경색으로 연 12% 이자를 내던 조합에 은행들이 6%대 금리로 7500억원을 수혈하며 PF 대출을 상환할 수 있었다”며 “급한 불이 꺼졌다고 이제 와 이자를 내려달라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했다.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이미 둔촌주공의 이주비 대출 이자는 연장 당시 최저금리였다”며 “여기서 가산금리를 더 내려달라고 하면 취약 차주도 아닌 둔촌주공 조합원에게만 특혜를 달라고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조합 측은 은행의 금리 인하 거부에 집단 민원 등을 통해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법 등이 공유됐다. 그러나 조합의 대응을 두고 일반분양자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주비 대출 문제는 일반 분양자와 무관하지만, 자칫 정상화된 공사 진행 등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서다.
한 둔촌주공 일반 분양자는 “이주비 대출을 내려달라며 조합이 ‘일반분양 중도금 대출 금융기관 선정 시 혜택을 주겠다’는 식으로 통보했었다”며 “당시에도 ‘일반 분양자가 인질이냐’며 항의했었는데, 비슷한 일이 반복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