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퇴사하는 직원을 축하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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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민 롯데벤처스 대표배신하고 떠나는 녀석들에게 축하까지 해주라고? 이게 뭔 소리인가 싶은 제목이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수용해야 할 변화다.
S전무는 러시아 모스크바 호텔로 발령을 받았다. 낯선 곳에 가보니 정말 가관이었다. 직원들은 고객을 마주쳐도 인사도 안 하고 얼굴엔 미소는커녕 시베리아의 냉기만 가득했다고 한다. 남에게 웃으면서 인사하는 게 자존심을 파는 행동이라고 여기는 오랜 관습 때문이었다. 한국에서 사내 서비스 강사를 불러 교육을 시키고, 직원들을 한국에 보내 나긋나긋한 서비스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잔소리를 거듭한 끝에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서비스가 좋아지는 딱 그 분량만큼 퇴사율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좀처럼 이직이란 게 없는 한국에서 일해온 S전무는 당황했다. 돈 들이고 애써서 교육해놨더니 다른 데로 간다? 밑지는 장사라는 생각을 넘어 깊은 배신감에 빠지게 됐다.
낙심과 고심을 오간 끝에 자세히 살폈더니 이유가 보였다. 지구 반대에서 온 낯선 동양인들의 호텔에서 지금껏 볼 수 없었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점점 늘어난 것이다. 그걸 지켜보던 경쟁사에서 웃돈을 주고 직원들을 꼬셔서 데려간 것이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S전무는 아주 낯선 결단을 내렸다. 떠나는 직원들에게 축하 파티를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사진도 찍고 선물을 주면서 그곳에 가서도 승승장구하라고 격려까지 해줬다. 춥고 삭막한 땅에 적응하다가 간 쓸개까지 사라진 걸까? 아니다. S전무는 생각을 바닥부터 바꾸고 적응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직한 직원들이 책상 위에 선물과 사진을 올려놓고 “지난 회사에서 이렇게 사랑받았다”는 자랑을 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회사의 성공만이 아니라 직원의 개별적인 성공까지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들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호텔롯데는 그곳의 호텔리어들에게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주목받았다. 당연히 지원자가 몰렸고 우수한 인재를 ‘줍줍’하게 됐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좋은 직원들이 모이니 서비스는 더 좋아졌고 세계적 권위의 트립어드바이저는 글로벌 브랜드가 다 진출해 있는 모스크바 256개의 호텔 중 서비스 1위로 평가했다. 얼마 후 러시아 전체에서도 1위를 했고 고객들은 더 몰렸다. 그래서 퇴사는 좀 줄었을까? 전혀! 경쟁사가 쳐주는 웃돈의 규모만 더 올라갔을 뿐이다. 이건 비정상일까? 아니다. 글로벌하게 보면 지금까지 한국의 낮은 퇴사율이 지극히 비정상이다. 앞으로 인구가 줄면 인재의 가격이 올라가고, 경제 성장세가 꺾이면서 우리의 ‘비정상’적 퇴직율도 ‘정상’으로 수렴해 갈 수밖에 없다. 구글, 애플이 가장 일하기 좋은 직장이라지만 평균 근속이 2년도 안 된다. 무슨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 세상이 그러할 뿐이다. 그러니 우리도 다가올 ‘정상적’인 세상에 적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그런데 아무도 우리 직원을 스카우트해 가지 않는다면 어떨까? 그동안 월급값도 못하는 직원들을 데리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도 안 나가고 버틴다면? 암울해질 뿐이다. 반면 많은 웃돈을 주고 우리 직원을 빼가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직원들이 시장가격보다 낮은 보상으로 열심히 기여해온 것이다. 속으로 웃으면서 더 줄 생각을 해야 한다. 미래엔 입사하고, 기여하고, 한층 성장한 후에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나가는 흐름이 대세가 될 것이다. 당연히 좋은 친구들이 더 오래 머무는 구조를 구축하는 게 핵심이다. 가족이라는 사고도 이제 좀 바꾸자. 신입이 들어오면 출생 ‘신고’가 아니라 근로 ‘계약’을 한다. 가족이 아니다. 그런데 평등한 계약의 대상자가 아니고 가족이라는 착각을 하고 있으니 함부로 대하고, 무급 서비스 노동을 바라고, 이직하는 걸 배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퇴사가 배신은 아니니 떠나고도 관계를 지속하는 문화를 수용해야 한다.
S전무는 어떻게 됐을까? 직장인의 꿈이라는 부회장까지 훌륭하게 마치고 은퇴했다. 그만큼의 열린 마음을 지니셨던 분이다. 한국에 돌아오고도 함께하던 현지인들이 안부 메일을 계속 보내는 걸 보면 이직한 그들도 의리가 없었던 게 아니다. 그러니 우리도 이제 축하 파티를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