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1000만원 대출·아동수당 80만원…'선심성 입법'에 혈안

총선 D-1년…여야 입법도 총선모드

선거용 스펙 쌓기에 집중
産銀 이전, 지역별 의견 엇갈려
당론과 따로노는 전기료법까지

국가재정 뒷전…여야 지출경쟁
1000원 아침밥·학자금 이자면제
MZ 공략 위해 '퍼주기' 쏟아져
내년 4월 10일 치러지는 22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의원들이 선심성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9일 국회의사당 앞 도로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김병언 기자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지역구인 경기 안산 예술의전당에서 ‘노인 100% 기초연금 시대를 위한 기초연금 확대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고 의원은 소득 하위 70%에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만 65세 이상 노인 전체로 확대 시행해야 한다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날 토론회 청중은 안산 지역 100여 개 경로당 회장과 노인회 회원들이었다. 지역 노인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맞춤형’ 토론회였던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향후 5년간 총 73조2000억원이 소요된다.

‘지역 챙기기’ 사활 건 의원들

22대 총선을 1년 앞두고 지역 유권자를 겨냥한 선심성 입법이 쏟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야가 당론에서 벗어나 합심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달 23일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신재생에너지 활성화를 골자로 하고 있어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탈(脫)원전’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당초 여당은 해당 법안 처리에 부정적이었지만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구의 이해관계가 걸린 내용을 추가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발전소와 가까운 지역에는 전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근거 조항을 담은 것이다.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권에는 고리·월성·한울 등 원자력 발전소가 몰려 있다. 박 의원 역시 고리 원전이 있는 부산에 지역구를 두고 있다.당론보다 지역구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사례도 종종 나타난다.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위해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단적인 예다. 민주당은 주요 지지 기반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강력히 반대한다는 등의 이유로 법 개정에 부정적이다. 여의도를 지역구로 둔 김민석 정책위 의장은 “산은의 부산 이전은 법을 위반하고 정치적 선거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부산·경남(PK) 의원들의 기류는 다르다. 김두관 의원(경남 양산을)이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 바깥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안을 내는 등 이전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PK지역의 가장 큰 현안인 만큼 민주당도 부산 지역 여론을 등지기 쉽지 않다”며 “총선이 다가올수록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역구 맞춤형 특별법도 쏟아지고 있다. 도심 내 군부대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하태경 의원),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오영환 의원),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김형동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광범위하게 돈 뿌리자는 野

유권자에 대한 구애는 지역구에 한정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사법 리스크를 공격적인 민생 공약으로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이재명 대표가 전 국민 1000만원 기본 대출에 다시 시동을 건 배경이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이 이달 대표발의한 아동수당법 개정안은 저출산 해결을 위해 현행 8세 미만 아동에게 매달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13세 미만까지로 확대하고, 금액도 2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세 미만 유아에게는 현행 5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지급액을 늘리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주요 유권자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유권자를 공략하기 위한 지출 경쟁에는 여야가 함께 뛰어들었다. 여야 모두 ‘1000원의 아침밥’ 사업 확대를 공약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을 희망하는 전 대학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민주당은 학자금 대출 이자 면제 법안, 중소기업 청년 근로자 교통비 지원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여당도 청년층 교통비 지원, 통신비 인하 등을 검토하면서 관련 입법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