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샤넬 시계 온라인으로 산다…'세계 최초' e커머스 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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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SSG닷컴 입점명품 브랜드 샤넬이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플랫폼 SSG닷컴에 입점했다. 샤넬이 상대적 중저가로 분류되는 뷰티·화장품 제품을 제외하고 e커머스 플랫폼에 직접 입점해 하이엔드 명품 시계 라인 판매하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그동안 철저히 오프라인 위주로만 명품 제품을 판매해온 샤넬이 국내 이커머스 업체와 손을 잡은 건 매우 이례적이다. 물품 수령은 신세계백화점에서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오프라인 판매를 통해 강조해온 ‘고객 경험’은 유지하되 이커머스와의 접점은 넓혀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전 10시 입점 '깜짝 공개'
10일 오전 10시 SSG닷컴 모바일 앱 홈 화면에는 ‘샤넬 인터스텔라 캡슐 기획전’ 배너가 떴다. 앞서 관련 사실에 대한 홍보도 없었던 ‘깜짝 입점’이다. 샤넬이 이번에 SSG닷컴에 입점한 제품은 △J12 사이버네틱 △보이 프렌드 사이버데이터 △J12 인터스텔라 △코드 코코 사이버골드 △J12 코스믹 △프리미어 로봇 △프리미어 럭키 스타 등 시계 상품 7종이다. 모두 가격이 수 천만원대를 호가하는 제품들이다.샤넬 명품 라인의 e커머스 쇼핑몰 입점은 세계 최초다. 샤넬은 그동안 화장품 등 뷰티 라인과 시계·주얼리·가방 등 명품 라인의 판매 전략을 구분해왔다. 상대적으로 중·저가로 분류되는 뷰티 제품들은 별도의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고 적극적인 이커머스 전략을 펼쳐온 반면 명품 제품들은 철저하게 ‘오프라인 중심 전략’을 펼쳐왔다. 샤넬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제품 구매는 할 수 없었다. 제품 소개와 함께 관련 제품을 살 수 있는 매장(부티크)만을 소개했다.
그동안 샤넬이 명품 제품의 e커머스 입점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것은 소비자들의 ‘구매 경험’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앞서 브루노 파블로브스키 샤넬 패션 부문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패션 전문지 ‘보그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커머스에선 몇 번의 클릭과 화면 속 평면으로 있는 제품만 있다”며 “우리가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싶은 경험의 레벨이 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커머스가 편리할진 몰라도 명품 브랜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직접 착용해보는 경험은 해칠 수 있다는 취지다.
서서히 바뀌는 샤넬의 e커머스 전략
최근 세계 유수의 패션 및 명품 브랜드들과 주요 e커머스 업체들은 큰 갈등을 겪어왔다. 나이키와 아마존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나이키는 지난 2019년 11월 아마존에 공급 거부를 선언한 뒤 자사몰을 통한 직접판매(D2C) 확대에 주력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몸집을 불린 e커머스 플랫폼에 납품 주도권을 빼앗기면 안 된다는 판단이 유효했다.샤넬은 이번 SSG닷컴 입점을 통해 ‘절충 전략’을 택했다. 현재 SSG닷컴에서 샤넬 시계를 구매해도 물품 수령은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만 할 수 있다. 이커머스 입점을 통한 온라인 결제의 편리함을 확대하되 오프라인 판매를 통해 강조해온 ‘고객 경험’은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샤넬이 세계 최초로 입점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SSG닷컴을 선택한 것은 글로벌 명품업계의 ‘큰손’으로 떠오른 한국 명품 시장의 달라진 위상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소비액은 168억달러(약 22조1760억원)로 전년대비 24% 증가했다. 1인당 지출액으로 환산하면 325달러(약 43만원)로 미국(280달러)이나 중국(45달러)에 비해 훨씬 높았다.
신세계, 명품 전략 강화
신세계그룹의 명품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SG닷컴은 지난해 7월 사이트에 명품 전문관을 신설하고 고가 해외 브랜드에 주력해왔다. 서비스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업계 최초로 명품 전담 상담센터를 운영했고, 프리미엄 배송 페이지도 개설했다. 특히 다른 e커머스 업계들과의 가장 큰 차별점인 신세계백화점을 활용한 오프라인 유통채널과의 연계를 앞세웠다. SSG닷컴은 샤넬 워치 입점을 계기로 브랜드 확장에도 나설 전망이다. SSG닷컴은 오는 30일 ‘샤넬 인터스텔라 캡슐 기획전’이 끝나면 샤넬과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시계에서 주얼리 등으로 확장하는 걸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