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어가도 내겐 빛이 있다"…이목을 작가 전시

4월 26일부터 5월 28일까지
서울 계동 후지시로세이지 북촌스페이스
이목을 X 후지시로 세이지 2인전
空808-3.
이목을 작가(61)는 중학교 때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한쪽 눈만 보여도 더 잘 그릴 수 있다”는 일념으로 죽도록 그림 연습을 했다. 이윽고 그는 극사실주의 그림으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장애를 딛고 세상에 인정받았다는 기쁨도 잠시. “이렇게 계속 그림을 그리시면 남은 오른쪽 눈도 안 보이게 될 겁니다.” 의사의 선고에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초점이 맞지 않는 한쪽 눈으로 계속 그림을 그리다 보니 눈에 가는 부담이 너무 컸다는 얘기였다.
점정-23003.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났다. 웃는 표정을 그린 ‘스마일 시리즈’, 형체는 흐릿하지만 질감과 빛의 느낌에 집중한 ‘점정’ 등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작가는 말했다. “눈에 보이는 건 전과 달라도 그 의미는 내게 똑같다. 시력이 많이 나빠진 탓에 내가 보는 세상은 흐리지만, 대신 나에게는 가장 단순하고 절대적인 한 줄기 빛이 있다.”
후지시로 세이지의 '손오공의 얼굴'.
오는 26일부터 서울 계동 후지시로 세이지 북촌스페이스에서 이 작가와 후지시로 세이지의 2인전이 열린다. 후지시로 세이지는 ‘그림자 회화’로 잘 알려진 일본의 작가. 북촌스페이스는 후지시로 세이지를 국내에 소개하고 한·일 양국 작가들의 소통과 표현을 돕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전시는 월요일 휴관, 화요일~일요일 10시부터 19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음료를 포함해 1만원이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