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도부 향해 거칠어진 홍준표…벌써 차기대권 조준?

정치인 포커스

"용산 눈치보며 하명만 기다려
지도부가 불출마 선언해야"

尹대통령엔 각 세우지 않아
사진=연합뉴스
“지도부가 불출마를 선언해야 한다.” “당선에 취해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사진)의 발언이 연일 거칠어지고 있다. 타깃은 야당이 아니라 친정인 국민의힘 지도부다. 특히 김기현 대표를 향해 “소신과 철학이 없다” “답답하다”며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을 두고는 말을 아낀다. 중앙 정치에서 멀어졌지만 당 지도부를 견제하며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유지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홍 시장은 10일 한 라디오에서 “새로운 지도부가 우유부단하고 결단력이 없다”며 “용산(대통령실)의 눈치나 보고 하명만 기다리는 식으로 당 운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총선을 치르려면 물갈이 공천을 해야 하는데 물갈이 공천을 하려면 본인이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고 지도부 불출마를 요구했다.

홍 시장은 지난달 중순께부터 지도부를 비판하기 시작했다. ‘5·18 정신 부정’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을 두고 “퇴출시켜야 한다”고 한 게 발단이다. 이후 김 대표와 지도부를 직접 겨냥했다. 지난 7일 “이리저리 눈치만 보면서 무슨 당 대표를 하겠다고 그러는지 답답하다”고 했다. 3일에는 “당 지도부가 소신과 철학 없이 무기력하게 줏대 없는 행동을 계속한다면 총선을 앞두고 더 큰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가능성을 언급했다가 뒤늦게 삭제하기도 했다.

‘중앙정치에 과도한 관심을 쏟는다’는 지적에 홍 시장은 “당 상임고문으로서 하는 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대권주자로서 존재감을 각인하려는 행보로 보고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지역에서 정치하면 중앙에서 잊힌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당 지지율이 하락 국면인 만큼 지도부에 쓴소리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좋은 시기”라고 했다.당내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있다. 홍 시장은 지난 15대 국회 때 정치에 입문한 뒤 국회의원 5선, 당 대표 두 번, 경남지사 재선을 거친 거물급 정치인이다. 다만 19~20대 대선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당원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로 뽑은 20대 대선 경선에서는 입당한 지 4개월 된 윤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일반 여론조사에선 앞섰지만 당원 조사에서 23%포인트 격차로 졌다.

여권 관계자는 “대중 인지도를 갖춘 홍 시장으로선 당원 지지를 얻는 게 급선무일 것”이라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지도부는 비판하지만 윤 대통령과는 각을 세우지 않는 것은 대통령은 국정을 잘 추진하도록 지켜줘야 한다는 당원들의 여론을 의식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차기 대선에서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는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는 강하게 견제하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