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억이던 분양가 6억대로…'눈물의 할인' 택하는 시행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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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 내 마감 실패에 선착순·무순위 행렬분양 시장에 냉기가 지속되며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순위 내 마감에 실패한 시행사들은 선착순 분양과 무순위 청약으로 판매를 이어가고 있지만, 결국 분양가 할인 외에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도 분양 장기화…'할인 분양' 고개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미분양 가구는 7만5438가구로 '위험선' 6만2000가구를 훌쩍 넘겼다. 정부는 향후 미분양 물량이 1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원활한 분양 마감을 위한 시행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제때 분양이 되지 않으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성이 높아지고 최악의 경우 시행사 부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1·2순위 청약에서 마감에 실패한 시행사들은 선착순 분양과 무순위 청약이라는 갈림길에 선다. 1·2순위 청약 혹은 무순위 청약에서 경쟁이 발생하지 않으면 시행사는 선착순 분양과 무순위 청약을 임의로 선택해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선착순 분양은 청약 기간이 없다. 주택 소유 여부나 나이, 거주 지역을 따지지 않는 데다 동 호수를 지정한 분양이 가능하다. 여기에 더해 미계약률도 공개할 의무도 없다. 별다른 규제가 없기에 올해 초부터 상당수 시행사는 무순위 청약을 반복하는 대신 선착순 분양을 선택했다.다만 선착순 분양을 하더라도 분양 기간이 길어지면 수요자의 관심이 낮아져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다. 의왕시 내손동 '인덕원 자이 SK뷰'는 지난해 10월 이후 반년째 선착순 분양을 이어가고 있다. 인근에 경쟁 단지도 늘어나고 있다. 이달 의왕시 내손동에서는 '인덕원 퍼스비엘'이 분양에 나선다.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평촌 센텀퍼스트'도 지난 2월부터 선착순 분양을 진행 중이다.최근에는 무순위 청약 인기도 높아졌다. 지난 2월 말 정부의 ‘주택공급규칙’ 개정으로 주택 소유 여부와 거주지 요건 등이 폐지되며 문턱이 낮아진 덕분이다. 청약홈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노출되면 선착순 분양에 비해 홍보 효과가 크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무순위 청약은 미계약률을 공개해야 하기에 저조한 계약률이 반복해 노출되면 '비인기 단지'라는 낙인이 찍힌다는 단점이 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지난해에만 4월부터 9월까지 7차례에 걸쳐 무순위 청약을 진행하면서 전국적인 유명세를 치렀다.분양 업계에서는 결국 할인 분양 외에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할인 분양은 시행사에서 아파트 분양가를 낮춰 파는 행위다. 기존 계약자의 반발이 뒤따르고 비인기 단지라는 시선도 받기에 분양을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칸타빌 수유팰리스는 분양가를 대폭 낮춰 지난 11일까지 회사 보유분 134가구를 대상으로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대부분 35% 할인이 적용된 가운데 전용 78㎡의 경우 11억3900만원이던 분양가가 6억8400만원으로 40% 저렴해진 경우도 있었다. 그 결과 359명이 지원하면서 2.68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 수성구 '만촌 자이르네'도 분양가를 25% 낮춰 선착순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11억5654만원이던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9억5878만원으로 내려왔다. 대구 달서구 '두류역 서한포레스트' 역시 분양가를 15% 낮춰 선착순 분양에 나섰고 평촌 센텀퍼스트도 분양가를 10% 깎았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수요자를 붙잡으려면 눈높이에 맞는 분양가를 제시해야 한다"며 "할인 분양은 수익성을 떨어뜨리지만, 분양을 끝내지 못하면 금융비용이 계속 발생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