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가 곧 팀플레이"…LG 염경엽 감독의 도루 예찬

LG, 8경기에서 26번 도루 시도해 17번 성공…압도적인 1위
시즌 초반 4연승과 함께 6승 2패로 2위를 달리는 LG 트윈스의 성적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건 도루다. LG는 9일까지 치른 8경기에서 26번 도루를 시도하고 17번 성공해 팀 도루 성공률 65.4%를 기록 중이다.

LG 다음으로 리그에서 도루를 많이 시도한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가 10번씩 뛰었으니, LG가 얼마나 과감하게 뛰는지 알 수 있다.

지난해 LG는 144경기에서 148번 도루를 시도해 경기당 1.03번 뛰었다. 그러나 염경엽 감독 체제로 맞이한 첫 시즌인 올해는 경기당 3.25번 도루를 시도해 빈도를 따져도 세 배 이상 늘었다.

실패하면 아웃 카운트를 헌납하고, 부상 위험까지 따른다는 우려 때문에 점점 도루 시도가 줄어가는 KBO리그 분위기에 역행한다.

일각에서는 주자가 나갔다 하면 너무 자주 뛴다고 해서 LG의 야구를 '불나방'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염 감독은 단호하게 "무작정 뛰는 게 아니다.

저는 그렇게 야구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도루할 때마다 다 계산이 있고, 선수들 체력까지 고려해서 승부처라고 생각할 때 뛰는 것"이라고 설명한 그는 과거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에서 펼쳤던 '뛰는 야구'를 예로 들었다. 염 감독이 1군 작전·주루 코치로 일했던 2012년 넥센은 179개의 팀 도루로 리그 최다를 기록했고, 감독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2016년에도 팀 도루 154개로 1위를 했다.

2012년 박병호(현 kt wiz)와 강정호(은퇴)는 나란히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염 감독은 "현재 우리 팀보다 뎁스(전력)가 얇았던 넥센에서도 뛰는 야구를 해봤다.

그게 문제였다면 다들 지쳐서 쓰러졌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다들 최고 성적을 냈다.

(관리를 하면서 뛰는 야구를 하면) 체력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도루를 단순하게 성공률만 보고 이득과 손해를 따질 수 없다는 게 그의 야구 지론이다.

염 감독은 "우리가 많이 뛰니까 상대 투수나 수비진이 흔들린다.

결과적으로 누가 (주자로) 나가더라도 견제한다"면서 "그러다 보면 실수로 이어진다.

투수는 (주자 견제를 위한) 슬라이드 스텝으로 빨리 투구해야 하고, 인터벌도 빨리 해야 하니 리듬이 깨진다.

그러면 실투가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 입장에서는 베이스 커버를 해야 하니까 그만큼 타자가 안타를 만들 공간도 늘어난다.

그걸로 얻는 효과가 도루 성공률 10%포인트를 늘리는 것보다 크다"고 덧붙였다.

LG가 '뛰는 야구'를 한다는 걸 보여준 덕분에 상대 투수뿐만 아니라 포수까지 흔들린다.

안방마님인 상대 포수가 무너지면, 그만큼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염 감독은 "포수가 도루를 자꾸 허용하면 볼 배합 자체가 도루를 막기 위한 것으로 바뀐다.

투수를 생각하는 볼 배합보다 포수 위주의 (빠른 공 위주로) 배합이 나오는 거다.

도루의 파급 효과가 이런 것"이라고 예찬했다.

LG는 이번 시즌 9명의 선수가 최소한 한 번씩은 베이스를 훔쳤다.

오지환이 4번으로 가장 많고, 주포 김현수와 오스틴 딘까지 한 번씩 도루에 성공했다.

LG는 도루를 통해 팀플레이까지 한 단계 올라가길 기대한다.

염 감독은 "누상에서 주자가 움직여주면, 타석에 있는 내 동료에게 혜택을 주는 거다. 그게 팀플레이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