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AZ와 폐암 치료제 '패권 경쟁'

3세대 표적항암제 주도권 싸움
'렉라자' 치료 범위 확대 추진
AZ '타그리소'와 정면승부

1차 치료제로 허가 받으면
연매출 1000억으로 6배↑
국내 폐암 1차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유한양행과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각각 3세대 폐암 표적항암제인 렉라자와 타그리소를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 두 약은 모두 다른 치료에 실패한 뒤 2차 치료제로 쓸 때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들이 1차 치료제로 보험 시장에 진입하면 이 시장이 최대 여섯 배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 최대 여섯 배 확대 가능성

11일 업계에 따르면 3세대 폐암 표적항암제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와 유한양행 렉라자의 지난해 처방 매출은 각각 1065억원과 161억원이다. 처방 매출은 의료기관 등의 표본 조사를 토대로 의약품의 시장 규모를 추산한 것이다.

특정 유전자 변이(EGFR)가 있는 암환자 치료에 쓰이는 이들 약은 모두 국내에서 2차 치료제로 분류된다. 다른 1차 치료제를 써본 뒤 효과가 없을 때 활용한다. 폐암 환자에게 처음부터 쓸 수 있는 1차 치료제는 1세대 표적항암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와 로슈의 타세바, 2세대인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과 화이자의 비짐프로 등이다. 이들 1·2세대 약의 지난해 국내 처방 매출은 500억원 정도다.

유한양행과 아스트라제네카는 3세대 치료제의 1차 시장 진입에 집중하고 있다. 2차 치료제로 머물 때보다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어서다. 폐암 치료제는 1세대에서 3세대로 올라갈수록 약값이 비싸다. 앞선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환자를 표적으로 약을 개발해야 해 기술 수준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렉라자와 타그리소가 1차 시장에 진입하면 500억원 정도인 국내 해당 시장 규모가 3000억~6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렉라자 매출은 단숨에 1000억원까지 증가할 것이란 평가다.

불붙은 폐암 1차 치료제 선점 경쟁

폐암 환자가 1차 치료제로 특정한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약을 바꾸는 게 어렵다. 건강보험제도 등에 따라 약효가 없을 때만 다른 약을 2차 치료제로 쓸 수 있어서다. 유한양행과 아스트라제네카가 시장 선점 경쟁을 하는 이유다.

의약품이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공단 등의 약가 협상 관문을 넘어야 한다. 앞서 있는 약은 타그리소다. 타그리소는 2018년 12월 식약처로부터 1차 치료제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5년째 보험 시장 문을 열지 못했다. 네 단계의 보험 시장 진입 관문 중 첫 단계인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계속 탈락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약효 분석 연구가 부족하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다섯 차례 도전 끝에 타그리소는 지난달 22일 암질환심의위를 통과했다. 올해 나머지 세 단계 관문을 모두 넘고 보험 시장에 진입하는 게 목표다.렉라자는 아직 식약처 관문도 넘지 못했다. 지난달 17일 1차 승인 변경을 위한 서류 제출을 마쳤다. 하지만 업계에선 ‘국산 신약’이라는 강점을 살려 속도전을 펼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 2차 치료제로 시판 허가를 받은 뒤 6개월 만에 보험 시장에 초고속 진입한 전례가 있어서다. 이르면 5월 말께 식약처가 렉라자 1차 치료제 확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3세대 폐암 신약 활용이 늘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정부 입장에선 타그리소보다 저렴한 렉라자의 조기 진입에 무게를 둘 수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