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거래가격 오는 4분기엔 회복되나…'2019년 데자뷰'

"삼성전자 감산으로 바닥 형성"
2분기부터 출하량 증가
사진=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바닥에 도달했고, 올 하반기엔 고정거래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의 감산에 따라 보다 빠르게 업황이 개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 산업 특성상 2019년 당시 사이클과 비슷한 순서와 속도로 업황이 진행된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11일 최도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현재 역사상 최악의 메모리 업황이 전개되고 있으나, 삼성전자 감산 발표를 통해 바닥 형성을 향한 변곡점을 지났다”며 “올해 업황과 주가는 2019년과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19년의 사례에서 향후 반도체 업황을 예측할 수 있는 이유는, 반도체 산업이 대표적인 경기순환 산업이기 때문이다. 특정 주기마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의미다. 경기가 살아나 기업들이 공장을 증설하면, 반도체 공급량이 늘어난다. 공급이 넘쳐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 수익률도 낮아지고, 업황은 ‘다운사이클’ 즉 불황으로 접어든다. 기업에선 공장 증설을 멈춘다. 극단적인 경우 지난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것처럼 인위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가 성장하면 다시 제품의 수요량이 증가한다.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 수요가 늘어나면 제품의 공급이 부족해진다. 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이때 업황은 호황에 접어든다.

반도체는 이렇게 주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을 거듭한다. 수요는 상황에 따라 빠르게 변하지만, 공급은 장기적인 계획을 따라가므로 그때그때 수요에 맞춰 공급량을 조절할 수 없어서다. 지난 10년 간 2011년과 2016년, 2019년에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 과잉으로 불황을 맞았다.증권가는 2019년과 유사하게 반도체 업황이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8년 3분기에 삼성전자 등 반도체 기업들은 실적 고점을 기록했다. 이후 4분기에 실적 쇼크를 맞았는데, 메모리 반도체 D램이 과잉 공급된 와중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까지 겹친 영향이었다.

당시 세계 10대 반도체 생산업체들의 매출은 평균 12% 하락했다. 실적 쇼크를 기록한 기업들은 메모리 공급을 줄였다. 2019년 1분기부터 메모리 가격의 하락 폭이 줄어들었다. 2분기엔 출하량이 늘고, 3분기엔 재고량도 줄었다. 이후 메모리의 고정거래 가격이 올라가며 불황을 탈출했다.

2023년 불황도 비슷한 사이클을 따라가고 있다. 작년 2분기에는 기업들이 실적 고점을 찍었고, 3분기에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마이크론은 지난해 9월 ‘20% 감산’을 공식화했고, SK하이닉스는 ‘30% 안팎’ 수준으로 공급을 줄였다. ‘인위적 감산은 없다’던 삼성전자도 이번 1분기 실적 발표와 동시에 감산을 공식화했다.
최 센터장은 “2023년은 업황과 주가 측면에서 시기적으로 2019년과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2019년과 비슷하게 2분기부턴 출하량이 늘고, 올해 4분기나 내년 1분기엔 메모리의 고정거래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핵심은 2019년 2분기처럼 올해 2분기에도 출하량이 늘어날지 여부다. 최 센터장은 “마이크론의 실적 가이던스를 통해 이 사실이 확인된다”며 “올해 3분기 매출 가이던스가 37억달러로 전 분기와 유사한데, 메모리 가격 하락폭을 감안하면 10% 이상 출하량이 늘어난다고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동일한 흐름을 따라갈 것이란 전망이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