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남명렬 "우리 공연 보고 '자기 학대'의 굴레서 벗어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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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배우 남명렬요즘 연극계에서 60대 남자 배우를 캐스팅할 때마다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제약회사에 다니다가 서른세 살에야 전업 연기자 생활로 뛰어든 배우, 소문난 클래식 애호가 남명렬(64·사진)이다. 연극 ‘두 교황’ ‘오펀스’ 등으로 호평받았던 남명렬이 ‘나를 찾아서’로 무대에 선다. 그가 사랑하는 연극과 클래식이 어우러진 음악극이다.
음악극 '나를 찾아서'의 주역
연극과 클래식 결합한 작품
'파랑새' 쫓는 배우의 연기 뒤
바흐의 '아리아' 나오는 식
'클래식 사랑'으로 소문난 배우
제약사 다니다 30대에 연기 도전
"지금 행복해야 미래도 행복해요"
음악을 중심으로 하는 무대는 2008년부터 3년간 진행된 하나여의도클래식 후 10여 년 만이다. 평소에도 클래식을 좋아하던 남명렬은 당시의 공연을 통해 클래식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자동차에 타자마자 하는 일이 클래식 라디오를 켜는 것이다.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1866~1925)의 음악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대본을 읽을 때 클래식을 틀어놓으면 집중력이 높아진다”며 “클래식은 내 연극 인생의 동반자”라고 말했다.새로 맡은 음악극은 주인공 제이가 예술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찾는 내용이다. 유년부터 중장년까지의 시간이 그려지며 남명렬은 중장년의 제이를 연기한다. 그는 “지금이 행복하지 않으면 미래에도 행복한 삶을 보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공연을 본 관객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잘 해내야 한다는 ‘자기 학대’의 피로감에서 벗어나 현재의 행복을 발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극은 작가 겸 배우 임정은의 극본과 김화림 매일클래식 예술감독이 고른 음악으로 구성된다. 매일유업이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2003년부터 선보인 ‘매일클래식’의 20주년 기획 공연 중 하나다. 배우와 연주자가 번갈아 가며 극을 완성한다. 주인공 제이가 파랑새를 쫓으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오면 연주자들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아리아’를 연주하는 식이다.
프란체스코 제미니아니 ‘라폴리아’, 모차르트 ‘디베르멘토’, 이안 클라크 ‘오렌지빛 새벽’, 드보르작 ‘세레나데’, 아르보 패르트 ‘프라트레스’ 등도 연주된다. 남명렬은 “전체 공연 시간에서 연극만의 러닝타임은 불과 25분도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음악이란 상징어에 연극이란 구체적인 언어가 곁들여져 관객의 공감을 더 쉽게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했다.30년 넘게 연기를 업으로 하고 있지만 2000석이 넘는 대규모 클래식 전용홀에서 공연하는 것은 그에게도 낯선 경험이다. 남명렬은 “연극과 클래식, 두 장르를 함께할 수 있는 공연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게 됐다”면서도 “연극 대사와 음악이 이어지는 간극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게 이번 공연의 가장 큰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를 찾아서’라는 공연의 주제와 관련해 늦깎이로 연극계에 진출한 소회도 밝혔다. “늦게 연기를 시작해서 오히려 삶을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생긴 것 같아요. 그게 연기 생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남명렬은 책을 많이 읽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아니 에르노의 책도 몇 권 사놨다. 그는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떠올린다면 서재에 앉아 클래식을 틀어놓고 책을 읽는 시간”이라며 웃었다. 공연은 오는 14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이뤄진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