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시즌' 전성시대…연작소설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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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연작소설'
1970년대 인기였던 연작의 부활
2010년 1권…올해는 벌써 6권
인물·배경 공유하는 단편들을
한 권에 모아 큰 이야기로 확장
전자책·오디오북·OTT 등장으로
독서 패턴 변화…짧은 호흡 선호
작가들, 종이책으로 묶기도 편해

김청귤 작가의 소설 ‘불가사리’는 이렇게 시작한다. 김 작가가 최근 출간한 연작소설집 <해저도시 타코야키>에는 불가사리를 비롯해 여섯 편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들 소설은 모두 바다를 키워드로 삼는다. 기후 변화로 바다가 세상을 덮어버린 뒤 물속에서 살아가는 인류를 그린다. 각각의 소설이 완결성을 지니지만 여섯 편 모두를 읽어야 비로소 작가가 그리는 세상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드러난다.<해저도시 타코야키>처럼 다수의 단편소설이 등장인물이나 배경 등을 공유하며 이어지는 형식을 연작소설이라고 한다. 문예지와 사보 등이 번창하던 1970년대에 주목받던 연작소설이 40여 년 만에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구독과 시즌제에 익숙해진 독자들이 연작소설의 부활을 가져왔다.

<해저도시 타코야키>가 대표적이다. 책을 펴낸 인플루엔셜의 최지인 한국문학팀장은 “이 작품은 인플루엔셜이 운영하는 오디오북 구독서비스 윌라에서 순차적으로 공개된 뒤 인플루엔셜의 한국문학 출판 브랜드 래빗홀에서 종이책으로 출간됐다”며 “마침 작가가 해저도시 3부작을 구상하던 중이라 이야기를 넓혀 여섯 편의 연작소설로 기획하게 됐다”고 했다. 정 작가는 “과거에는 음악을 앨범으로 듣다가 요새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듣는 것처럼, 문학을 접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를 작가들끼리 한 적이 있다”며 “시즌제 드라마, 웹소설, 각종 구독서비스 등의 영향으로 독자들이 ‘따로 또 함께’ 읽을 수 있는 연작소설을 친숙해 한다”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