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금으로 들어온 5억원, 재산 신고해야 할까요 [도정환의 상속대전]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부의금 소유권, 상속인에게 있어
결혼식 축의금, 혼주에게 귀속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나성실 씨는 한국에서 벤처캐피탈 회사로서 가장 규모가 큰 A인베스트먼트의 회장입니다. 회사가 운영하는 자금은 20조원에 달하며 투자한 회사만 800개가 넘습니다. 최근 나성실 씨의 아버지가 지병인 위암으로 사망해 장례를 치르게 됐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장례식장에서 차려진 빈소에는 조화를 둘 자리가 없어 조화에 붙어 있던 리본만 떼어서 빈소와 그 주위에 걸어두었습니다. 빈소를 찾은 수많은 문상객 때문에 장례식장 앞의 도로만 교통경찰이 출동할 정도였습니다. 문상객들은 방명록을 작성하고 부의금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긴 줄을 서야 했습니다.장례를 마치고 보니, 문상객으로부터 받은 부의금은 총 5억원에 달했습니다. 나성실 씨는 부의금 5억원을 상속재산에 포함해 신고해야 할까요?
[그림 - 이영욱]











우선 부의금이 상속재산에 포함되는지를 결정하기 전에 문상객으로부터 받은 부의금이 누구의 것인지를 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부의금을 망인의 소유로 볼 경우에는 상속재산에 포함되어 상속세가 부과될 겁니다. 상속인의 소유로 볼 경우에는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아 상속세 부담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질의에 대해 국세청이 답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부의금은 피상속인이 아니라 상속인에게 귀속된다고 회신한 겁니다.
예규 【서면4팀-358, 2005.03.10.】
상속재산에는 피상속인에게 귀속되는 재산으로서 금전으로 환가할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모든 물건과 재산적 가치가 있는 법률상 또는 사실상의 모든 권리를 포함하는 것이며,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문상객으로부터 받은 부의금은 피상속인에게 귀속되는 재산에 해당하지 아니함.

이 경우 당해 부의금은 상속인이 문상객으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에 해당할 수 있으나, 사회통념상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증여세가 비과세됨.
일반적으로 문상객은 망인(피상속인)보다는 상주 등을 보고 빈소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부의금의 소유권이 망인에게 있지 않다는 국세청의 판단은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부의금의 소유권이 상속인에게 있다면, 상속세를 납부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그런데 문상객으로부터 받은 부의금 5억원을 통장에 입금할 경우 그에 대한 증여세 이슈는 없을까요?

국세청 예규에서 그 부의금의 규모가 사회통념상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증여세가 비과세된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통념상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은 어느 정도일까요?

부의금이나 축의금은 일종의 상호부조와 관련된 겁니다. 실제로 본인이 과거에 지출했거나 미래에 지출한 금액만큼 받는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입니다. 금품의 정도는 상주 등의 연령, 사회적인 지위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므로 일률적으로 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판례 【서울행법 99구928】
결혼축의금이란 우리사회의 전통적인 미풍양속으로 확립되어 온 사회적 관행으로서 혼사가 있을 때 일시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혼주인 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려는 목적에서 대부분 그들과 친분관계에 있는 손님들이 혼주인 부모에게 성의의 표시로 조건없이 무상으로 건네는 금품을 가리킨다고 할 것인바, 그 교부의 주체나 교부의 취지에 비추어 이 중 신랑, 신부인 결혼당사자와의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결혼당사자에게 직접 건네진 것이라고 볼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전액 혼주인 부모에게 귀속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장례식이 아니라 결혼식에서 받는 축의금은 누구의 소유일까요? 그리고 그 축의금에 대해서도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것일까요? 이와 관련 행정법원에서는 다음과 같이 결혼 축의금이란 혼주에게 귀속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과세관청에서는 가사용품에 한정된 혼수용품이나 결혼 축의금은 부의금과 마찬가지로 사회통념상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금품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증여세가 비과세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규 【서면4팀-1642, 2005.09.12.】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35조 제4호에 규정하는 통상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혼수용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가사용품에 한하며, 호화ㆍ사치용품이나 주택ㆍ차량 등을 포함하지 아니하며, 결혼축의금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 등에 대하여는 사회통념 등을 고려하여 구체적인 사실에 따라 판단하는 것임.
<한경닷컴 The Moneyist> 한서회계법인 도정환 세무사,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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