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들 딸이라면"…배승아양 참변에 한문철 엄벌 호소

한문철 변호사, 배승아양 사고 장면에 한숨
"판사님들, 내 딸이라고 한 번만 생각해달라"
유족 "사과 한마디 없다…처벌 강화해달라"
음주운전 사고 현장 CCTV를 보는 한문철 변호사. / 사진=한문철 TV
대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음주운전 사고를 본 한문철 변호사가 "법원에서 판사님들이 '내 딸이라면', '내 딸이 이렇게 억울하게 떠나갔다면' 그렇게 한 번만 생각해주시면 안 되겠냐"고 엄벌을 호소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교통사고 전문 한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는 대전 스쿨존 만취 운전 사고로 숨진 배승아(9) 양 유족이 지인을 통해 전달한 사고 당시 CCTV 영상이 공개됐다. 유족은 "피의자 측에선 사과 한마디도 없다"며 "제발 널리 퍼트려 처벌을 강화해달라.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이 영상에는 빠른 속도로 중앙선을 침범한 가해자 차량이 배 양에게 돌진하는 장면이 담겼다. 한 변호사는 "이제 9살인 초등학생"이라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배 양 유족을 대신한 지인이 보낸 글을 읽었다.

지인은 "아이는 한 생활용품점에 들렀다가 늘 걷던 거리를 친구들과 함께 가고 있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벽에 머리를 박고 어깨에 타박상을 입은 채 피를 흘린 상태로 심정지가 와서 병원에 이송됐다"고 전했다.

이어 "병원에 와서 아이는 뇌사 판정을 받고 심장이 스스로 뛰는 것도 하지 못해 성인의 2배가량 주사를 넣어가며 심장을 뛰게 했다"며 "의사 선생님께서 아이가 힘들어하니까 그만 놓아주는 것이 어떻겠느냐,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지만 (배 양) 어머니께는 따로 말씀 못 드렸다. 희망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시간이 좀 흐르고 상황이 안 좋아지자 (배 양 어머니께) 상황을 말씀드렸고 1% 희망으로 버텼다"며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마지막으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하셨을 때 정말 그렇게 슬픈 울음은 처음이었다. 그렇게 아이는 사고 후 고통의 약 7시간을 버티다가 사망했다. 더 이상 이런 음주운전에 치여 사망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음주운전 사고로 배승아(9) 양이 사망한 가운데 9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사고 현장에 배 양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놓고 간 국화꽃과 음료수, 장난감, 편지 등이 놓여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 변호사는 휴가를 나온 군인 윤창호 씨가 2018년 9월 26일 새벽 2시 25분께 음주운전 차에 치여 숨진 사건을 계기로 처벌이 강화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겨 법도 엄하게 바뀌었지만, 최근 음주운전 사망사고 형량이 '평균 4년'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한 변호사는 "용서가 안 됐는데, 형사 합의가 안 됐는데도 징역 4년 근처"라며 "더 이상 이런 음주운전 사망 사고가 없어지려면 국민 청원으로 될 게 아니다. 법원에서 판사님들이 '내 딸이라면', '내 딸이 이렇게 억울하게 떠났다면'이라고 한 번만 생각해주시면 안 되겠냐"고 말했다.그러면서 "(배 양이) 너무나 아프게 7시간 동안 얼마나 힘들었겠나. 그 어린 딸의 명복을 빌고 유족분들의 아픔에 위로의 뜻을 함께하면서 이 사건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판결될지 함께 지켜봐 달라"고 했다. 한문철 TV 측은 "고의사고가 아니기에 살인과 같이 볼 수는 없지만,
당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묻지 마 살인'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배 양을 치어 숨지게 한 전직 60대 공무원 A(66) 씨에게 대전지법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8일 오후 2시 21분께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A씨는 현장에서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사고 당시 그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기준(0.08%)을 웃도는 0.108%로 나타났다.
지난 8일 오후 2시 21분께 만주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인도를 지나던 학생 4명을 덮쳐 9살 배승아 양이 숨지게하고 3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10일 대전 서구 탄방중 앞 사고 발생지역에서 시민들이 고(故) 배승아 양을 추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낮 12시 30분께 대전 중구 유천동에서 지인들과 모임을 갖고 소주 반병 정도를 마셨다"고 진술했다. 이날 영장 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해서는 "유가족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으며,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그렇게 됐다"고 주장했다.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지점까지 만취 상태로 운전대를 잡고 7∼8km가량을 운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음주운전 전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지인들을 음주운전 방조 혐의로 입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A씨에게는 2020년 3월부터 시행된 '민식이법'(개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 적용됐다. 민식이법은 2019년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배 양과 같은 나이었던 김민식 군이 차에 치여 숨진 이후 도입됐다. 스쿨존에서 운전자 부주의로 어린이를 사망케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것이 골자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