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연 3.5%' 기준금리 연속 동결…침체 우려가 물가 불안 꺾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은 제공.
한국은행이 11일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 2월에 이어 두번 연속 동결이다. 지난해 4월부터 7차례 연속 인상한 금리를 연속으로 동결하면서 경기침체 우려와 물가안정목표 사이 장고에 들어갔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리 2연속 동결

한은은 이날 서울 태평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지난 2월 금통위에서 10개월간 이어온 금리인상을 멈춘 데 이어 연속 동결을 선택했다.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물가가 최근 하락세로 접어든 데다 경기 둔화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2%로 전월 4.8%보다 0.6%포인트 하락했다. 작년 3월 4.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대까지 치솟던 물가가 어느정도 하락세를 기록하는만큼 금리 인상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다만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인 2%와의 격차는 여전히 2%포인트 이상인 점은 부담이다.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수출 부진 등에 이미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해 1분기 역성장 탈출 여부도 확실하지 않다. 1∼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3월(-46억2000만달러)까지 13개월째 적자였고, 이달 1~10일에도 34억달러 적자를 나타냈다.글로벌 경기도 우려되는 수준이다. 지난 6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향후 5년간 세계 경제 성장률이 지난 20년간 평균인 3.8%보다 낮은 3%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IMF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이 경제 블록화하면 한국의 GDP가 훼손될 것이란 경고도 내놓고 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등으로 고조된 금융위기 가능성도 동결의 이유로 거론된다.

한미 금리차 1.75%p까지 벌어질듯

사진=연합뉴스
한은이 연속 동결을 결정하면서 미국(연 4.75∼5.00%)과의 기준금리 격차는 1.50%포인트(미국 상단 기준)로 유지됐다. 1.50%포인트는 2000년 10월 1.50%포인트 이후 가장 큰 금리 역전 폭이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5월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만 해도 미국(연 5.00∼5.25%)의 기준금리는 한국(연 3.50%)보다 1.75%포인트나 높아지게 된다. 한미 금리 역전 폭으로서는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한은이 연속 동결을 선택하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해석에도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통위원들의 소수의견과 한은이 최종 금리 수준을 어떻게 보고있는지를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날 금통위는 주상영 위원과 박기영 위원이 참여하는 마지막 금통위였다. 다음 금통위부터는 장용성 위원과 박춘섭 위원이 이들을 대신하게 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