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 순서?…비발디의 '사계'엔 순서란 없다

[arte] 조동균의 아는 클래식 몰랐던 이야기 - 비발디 협주곡
“음악을 꼭 악보 순서대로 들을 필요는 없다. 듣는 사람과 해석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게 음악의 매력이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이탈리아 실내 악단 이무지치에서 비올라를 연주하는 마씨모 파리스가 한 말이다. 그는 “음악의 매력을 느끼려면 선입견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안토니오 비발디(1675~1741)의 협주곡 ‘사계’가 그런 예다.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의 순서대로 들어야 할 이유는 없다. 공연장에서는 보통 악보 순서대로 연주한다. 음반으로 들을 때까지 순서의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겨울’은 매섭게 부는 차가운 바람과 추위를 표현한 곡이다. 마지막 4악장의 희망적 분위기에 이어서 ‘봄’부터 다시 들으면 새들이 지저귀고 목동이 노래하는 봄의 신선함이 배가 된다.

비발디는 1725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조화의 영감(L’estro armónico)>이란 작품집을 출판했다. 수록된 12곡의 바이올린 협주곡 가운데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계절을 타이틀로 단 곡만을 따로 모아 사계(Le Quattro Stagioni)라 부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작한 비발디의 작품 중 사계가 가장 유명하다. 이 곡은 이탈리아의 유명 실내악단 ‘이무지치’가 악보를 찾아 음반을 낸 뒤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이무지치가 1958년 필립스레코드에서 발매한 음반이 사계 연주의 교과서로 꼽힌다.

1대 악장 펠릭스 아요가 독주자로 참여한 이 앨범은 세계적으로 1000만장 넘게 팔렸다.

역대 클래식 음반 판매에서 세계적인 음반사 데카(DECCA)에서 발매한 게오르그 솔티 지휘의 바그너 <니벨룽겐의 반지>와 1990년 지휘자 주빈 메타와 ‘쓰리 테너’(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의 실황 공연 음반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