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호수' 발레리나와 진짜 백조가 물 속에서 만났다

[arte] 김윤식의 춤추는 사진가

공존(Coexistence, 2018)

프라하 블타바강에서 촬영한 백조와 발레리나

2018년. ‘공존’이란 주제로 처음 작업했던 사진이다.

포토그래퍼가 되기 전 직업이 무용수여서 그런지 대부분 무용수의 움직임에서 영감과 미적 아름다움을 느낀다.

공존을 주제로 하고 있는 이 작업은 인간과 자연 또는 동물, 물체, 건축 등 무용수의 움직임과 접목시켜 서로의 본질을 잊지 않으며 융화되는 프로젝트다. 당시 나는 체코 프라하에서 한창 무용수로 활동하며 백조의 호수 공연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강에는 가끔 백조들이 찾아와 관광객들이 먹이를 주며 사진을 찍었는데 까를교를 지나가며 문득 생각이 스쳤다.

백조의 움직임을 형상화해서 만든 발레 작품과 실제 백조를 같은 프레임에 담으면 어떨까. 그때 체코 국립 발레단에서 가장 팔을 잘 쓰고 실루엣이 아름답게 나오는 무용수 알리스와 함께 블타바 강으로 갔다.

바닥은 이끼 때문에 미끄러웠고 관광객들이 많아 촬영하기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무용수의 얼굴이 너무 돋보이지 않게, 그러면서 백조가 배경이 되어 무용수에게 너무 치중되지 않도록…. 이 촬영은 몇 시간 이상 진행됐다. 지금 이 사진은 결국 백조가 완성했다. 저 멀리서 한 마리의 백조가 무용수의 뒤로 지나가는 찰나. 그렇게 우린 원하는 순간을 담을 수 있었다.

시간의 기억(Memory of the time, 2020)공연 전 무대리허설을 마치고 찍은 동료의 포인트 슈즈
많은 상처가 생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보이던 포인트 슈즈.

무대에서 무용수에게 발이란 걷고 뛰는 것이 아닌 하나의 메세지로 통한다.

찢어지고 더럽혀진 포인트 슈즈는 관객들을 만나기 위한 그리고 완벽을 추구하는 자신과의 약속의 산물이다.

나는 실제로 보는 것보다 좀 더 슈즈가 돋보이게 작업하고 싶었다.

무대 리허설이 끝나고 가방에 있던 16-35mm 광각렌즈로, 날것의 포인트 슈즈 담았다.


피어나다(BLOOM, 2021)

꽃처럼 피어나는 무용수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순간

무대에서 춤 출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은 무용수의 인생에서 꽃을 피우는 시기와 같다.

무용수의 몸과 이를 감싸는 천이, 마치 꽃잎과 꽃술처럼 보이게 한 블룸 프로젝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