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간살이 잿더미"…눈앞에서 터전 잃은 강릉 산불 피해 주민들

초속 30m 강풍에 민가·펜션단지 등 확산…주민들 '망연자실'
경포동·산대월리·산포리 주민 대피…소방 대응 3단계 발령 진화
"불 꺼야 하는데 저거 어째…. 우리 집도 홀라당 탔어…."
성인 남성이 제대로 서 있기조차 버거운 강풍이 불어닥친 11일 강원 강릉시에서 발생한 산불이 민가로 옮겨붙자 일부 주민들은 잿더미가 되어버린 삶의 터전을 하릴없이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불이 난 지점으로부터 불과 약 100m가량 떨어진 곳에서 살고 있는 조웅현(70)씨는 불길이 번지자 이웃과 물을 퍼 나르며 불씨를 잡으려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강한 바람 탓에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해 더 이상 손 쓸 틈도 없이 모든 세간살이가 불타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주민 최중호(60)씨도 "집에 있다가 갑자기 전등이 탁 꺼지면서 정전이 됐다"며 "밖으로 나와 보니 옆집이 활활 타고 있었다"며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망연자실한 주민 일부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자 경찰이 이들을 제지하는 상황도 생겼다.
순간 최대풍속 초속 30m의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 강릉시에서 산불이 민가와 펜션 단지 등으로 확산하면서 인근 주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했다.

산불 현장에는 민가 4∼5채로 불길이 옮겨붙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인근 펜션단지로 번지면서 일부 펜션에도 불이 옮겨붙는 것이 목격됐다. 이에 강릉시는 경포동 10통·11통·13통 등 7개통 주민들에게 경포동 주민센터, 아이스 아레나로 대피하라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한 데 이어 산대월리와 산포리 주민들에게도 사천중학교 체육관으로 대피하라는 문자를 보냈다.

인근 리조트 등 숙박 시설 투숙객 일부도 만일에 상황에 대비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있다.

경포대초등학교 학생들도 화재 발생지와 거리가 먼 초당초교로 에듀버스를 이용해 대피했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30분께 강릉시 난곡동에서 산불이 나 소방 당국은 소방 대응 3단계를 발령, 산림 당국 등과 장비 68대, 진화대원 335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산림 당국도 산불 대응 단계를 1단계에서 2단계로 한 단계로 올려 총력 대응하고 있다.

현장에는 평균풍속 초속 15m, 순간풍속 초속 30m의 남서풍이 불고 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