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급 강풍에 한파주의보까지…이유는 '남고북저' 기압계

강원영동엔 태백산맥 때문에 건조하고 센 '양간지풍' 불어
내일도 강풍…북서쪽서 찬 공기 남하해 기온도 떨어져
전국에 태풍이 온 것처럼 강풍이 불고 있다. 11일 최대 순간풍속 기록(오전 11시 기준)을 보면 강원 양양군 설악산엔 오전 2시 22분께 순간풍속이 37.8㎧에 달하는 바람이 불었다.

시속으로는 136.1㎞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서도 '과속'인 수준이었다.

오전 11시까지 강원 고성군(현내면) 최대 순간풍속은 30.6㎧, 산불이 발생한 강릉시(연곡면) 최대 순간풍속은 26.7㎧에 달했다. 현재 중부지방·전북·전남서해안·경북북동산지·경상해안에 강풍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곳곳에서 순간풍속이 20㎧(시속 70㎞) 이상인 강풍이 불고 있다.

산지는 순간풍속이 30㎧(시속 110㎞)를 넘는 상황이다.

열대저기압의 중심 부근 최대풍속(10분 평균)이 17㎧ 이상이면 태풍으로 분류한다. 이날 설악산 10분 평균풍속 최대치가 25.2㎧였는데 이는 기상청이 태풍을 '중형'으로 판단할 때 기준(최대풍속 25㎧ 이상 33㎧ 미만)을 넘는다.

이날 바람이 거세게 부는 이유는 우리나라 남쪽엔 고기압이 있고 북쪽으로는 저기압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북반구에서는 고기압의 경우 가장자리를 따라서 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고 저기압은 중심에서 반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분다. 이에 우리나라를 가운데에 놓고 '남고북저'로 기압계가 형성되면 우리나라엔 서풍이 분다.

문제는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 거리가 가깝다는 점이다.

양 기단에서 부는 바람이 지날 통로가 좁은 셈이다.

물이 나오는 호수의 끝을 손가락으로 눌러 좁히면 수압이 강해지는 것처럼 바람도 통로가 좁으면 세진다.

강원영동은 태백산맥 때문에 바람이 더 거세게 불고 있다.

서풍(남서풍)은 태백산맥을 만나면 산비탈을 타고 오른다.

그런데 먼저 불어온 따뜻한 공기가 산맥 위쪽을 '뚜껑'처럼 덮고 있으면 산비탈을 오르던 서풍이 더 상승하지 못하고 정상을 지난 뒤 폭포수처럼 산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

특히 바람은 산비탈을 타고 오를 때 습기를 잃고 건조해진다.

기압계가 남고북저일 때 강원영동 쪽에 태백산맥을 넘어 강하게 불어 드는 건조한 바람을 지칭하는 이름까지 따로 있는데 강원 양양과 강릉·고성 사이에 부는 바람이란 뜻의 '양간지풍'이다.
12일도 풍향은 다르지만 강풍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저기압이 지난 뒤 중국 산둥반도에 자리한 고기압 등의 영향으로 차고 건조한 북서풍이 우리나라로 불겠다.

차고 건조한 공기는 가라 앉는 성질이 있어 지상에 바람이 거세게 불 전망이다.

특히 바람이 산 등에 부딪히면서 돌풍이 일 때가 많다.

찬 바람에 기온도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오전 11시 경기 시흥·동두천·연천·포천·고양·양주·의정부·파주·의왕, 강원 정선평지·철원·인제평지 충남 천안·아산·금산·부여·청양·예산·태안·당진·서산·보령·서천·홍성, 충북 진천, 전남 장성과 영암, 전북 부안·김제·완주·진안·장수·임실·순창·정읍·전주, 대전, 세종 등에 한파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한파주의보는 오후 9시 발효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