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hyper)'의 시대…초개인화에 미치지 않으면 망한다

[arte]노현지의 디자인테라뱅
Hyper의 디자인
요즘들어 우리가 알던 단어 앞에 ‘초 (hyper)’를 붙인 신조어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근래에 일어난 기술적 변화가 우리의 일상, 나아가 상상에서나 그려볼 수 있던 수준을 넘어선 것에 경탄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다. 영어 접두사 하이퍼(hyper)는 ‘일반적 기준을 초과한, 최고의’라는 뜻이다.
내가 온전히 나의 다양한 욕망과 필요를 통합해 갈 수 있는 디지털 디톡스 환경에 대한 필요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림 :르네 마그리트 Rene Magritte 데칼코마니


비슷한 맥락에서 수퍼(Super), 울트라(Ultra) 등도 사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하이퍼 (hyper)는 가장 의미가 강력하다. ‘초 (hyper)’의 유행은 초연결 (hyper connected), 초개인화 (hyper-personalization), 초맞춤화(hyper-customization)등의 개념에서 시작되었다. 과거 대부분의 상품은 먼저 대중의 공통된 필요에 따라 대량생산을 통해 시장에 보급되었다. 하지만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제품은 특정 집단의 구체적 요구를 반영하여 세분화됐다. 이제는 그 세분화 경향을 압도적으로 진화시킨 초(hyper-)사회에 진입했다. 개인의 필요에 따른 맞춤형 제품과 서비스를 받는 시대다.

개인의 필요를 맞춰준다는 의미는 상상이다. 한 개인을 0.1명 단위로 쪼개 스스로 미처 알아채지 못한 다양한 여러 욕구까지 예측해 충족시키는 '멀티 페르소나(Multi-Persona)의 개인화'까지 진행되고 있다.

디자인은 변화에 가장 민감한 분야이다. 초(hyper)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어떤 디자인이 등장하고 있을까? 초(hyper)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메커니즘을 거쳐서 결과물이 나온다. 과정은 복잡하지만 그 결과물인 경험은 가장 자연스럽고 직관적이다. 디자이너들은 사람들이 겪을 여러 경험을 설계하고, 그 경험을 감각화한다. 이 단계에서는 이용자의 필요에 맞춘 섬세한 혜택을 잘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에 기본적인 디자인 원칙인 통일성, 일관성, 직관성, 행동 유도성 등의 기본 원칙을 더해 제품을 더 편리하게 경험하도록 하는 일관성과 사용성을 확보한다.


초(hyper) 사회의 제품은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초개인화된 브랜드 경험(BX, Brand experience)을 제공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고 있다. 우선 초(hyper-)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브랜드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펑션오브 뷰티는 웹사이트에서 7단계 설문을 통해 개인의 모발과 취향에 적합한 샴푸를 제조해 배송하고 있다. 패키지에는 소비자의 이름이 프린트되어 온다.
아모레퍼시픽의 스킨케어 브랜드 ‘커스텀 미(CUSTOM.ME)’는 ‘비스포크 에센스'도 좋은 예다. 앱 또는 웹사이트에서 카메라로 찍은 얼굴을 A.I로 분석하고, 이에 소비자의 설문을 더해 개인별 화장품을 조제해 판매한다. 패키지의 색상도 선택할 수 있고 이니셜도 입력 가능하다.

또 의류 큐레이션 서비스 ‘스티치 핏 (Stitch Fix)’은 소비자의 체형 취향 등을 고려한 의류를 선별하여 배송해준다. 기존 브랜드들은 충성도를 높이는데 개인화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있다.

‘나이키’는 ‘나이키 바이 유(nike by You)’를 통해 운동화의 디자인을 개인이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게 하고, 화물차 덮개로 만들어지는 ‘프라이탁(Freitag)’의 가방은 ‘F-Cut’이라는 시스템을 통해 재활용할 원단을 직접 재단하게 하는 주문 방식을 도입했다.
‘코카콜라’는 콜라 병에 로고대신 개인의 이름이나 원하는 문구를 새겨주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호주 시장에서 젊은 세대의 콜라 소비량이 급감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 ‘Share a Coke’ 캠페인을 통해 여러 사람의 이름을 제품 로고 대신 인쇄하여 출시하여 큰 성과를 거두었다. 코카콜라 개인화된 라벨은 전세계적으로 다양하게 확대되었다.
‘엠 앤 엠 (M&M)’도 개인이 초컬릿 색을 선택하고 M 자 대신 원하는 글자나 문구를 넣을 수 있게 해준다.

‘초 (hyper)’ 서비스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웹과 앱의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디자인이다. 스크린 기반의 디자인들은 사용 기록과 환경 정보 수집을 통해 사용자의 무의식적 활동까지 적극적으로 서비스에 반영하고 있다.

OTT와 음악감상 사이트인 넷플릭스 (Netflix)나 유튜브 (Youtube), 스포티파이(Spotify)등은 개인 기록을 토대로 맞춤형 화면을 제공한다. 불필요한 단계는 모두 삭제해 이용자가 즉각적으로 인지가 가능하도록 화면 디자인하고, 개인이 흥미를 보일 콘텐츠를 선별하여 보여준다.

아마존(amazon), 쿠팡(cupang) 등의 온라인 쇼핑몰들은 나이와 성별, 개인 소비 성향과 주기에 따라 개인별 맞춤 화면을 제공한다. 사용 기록이 축적된 소비자의 경우 예측을 통해 주문 전에 추천 서비스와 동시에 물류까지 미리 이동해 두는 서비스까지 실시하고 있다.

이러닝 서비스들은 사용자의 학습 패턴이나 흥미, 성취도를 파악해 적절한 학습을 코칭해준다. 학습태도나 상황을 인지하여 상황 별 알람 통해 학습효과를 증대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참 편리하고 효율적이며, 재미있는 변화다.

하지만 이처럼 새로운 물건들과 서비스가 마냥 반가운 것 만은 아니다. 원래 ‘초(hyper-)’ 라는 말에는 강력하다, 대단하다는 긍정적인 의미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 하는 의구심도 담겨있다.

'과잉행동 (hyperactivity disorder)'이라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그래서인지 ‘초(hyper-)’ 세계 안에도 이미 충분한 것에 무언가 넘치게 제공해 생긴 피곤함이 있다.

최근 넷플릭스는 자신의 경쟁상대를 사용자의 ‘잠’이라고 밝힌 바 있다. OTT 초개인화 서비스는 밤잠을 설쳐가며 서비스를 즐기도록 한다.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0.1의 내가 재미를 채웠을지 몰라도, 또다른 0.1의 나는 수면 욕구가 좌절된 상태인 셈이다.

또 0.1이 세밀한 서비스에 편리함을 느끼는 반면, 또다른 0.1은 개인 정보가 노출되고 있다는 부담을 느낀다. ‘초(hyper-)’ 세계 속의 나는 욕구 출동을 겪으며 자기잠식효과(Cannibalization)을 겪을 수 있다. 그야말로 극도로 예민한 ‘하이퍼(hyper-)’ 상태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초사회의 디자인은 0.1의 사용성에 집중하면서도 시야를 넓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0.1 멀티 페르소나의 자기 잠식을 막는 적절한 테두리를 확보해 주는 디자인을 개발해 1, 즉 하나의 전체적 인간으로서의 종합적 필요을 만족시키고 사회적 유대를 찾도록 하는 것 단계도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