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 단속, 이번엔 다르다"…비상걸린 판교 IT업계

한경 CHO Insight
사진=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포괄임금제 단속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느낌이 다릅니다. 포괄임금제 단속만 내걸고 근로감독에 들어가는 것은 처음인데다, 올해에만 세 차례에 걸친 포괄임금제 기획감독이 실시될 예정입니다. 기업들도 이번엔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고용부는 6일 두 달여간 노사 제도·관행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운용해온 '온라인부조리신고센터'에 익명 신고된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의심 제기 사업장 87개소에 대해 즉시 기획감독에 착수한다고 밝혔습니다.고용부는 이미 지난해 12월 포괄임금 오남용이 강하게 의심되는 16개 사업장을 선정해 기획감독(1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감독은 5월 중 마무리될 예정입니다.

또 지난 2월부터 신고센터를 개설해 포괄임금 오남용을 신고받았는데, 여기서 신고된 기업들에 대해 재차 기획감독(2탄)을 천명한 것입니다.

그 배경에는 역시 근로시간 개편안을 둘러싼 논란이 깔려 있습니다. 앞서 고용부는 지난달 초 '일이 많을 때는 주 최대 69시간까지 집중적으로 일하고, 일이 적을 때는 푹 쉴 수 있게 하겠다'는 내용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내놓았지만,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컸습니다.이에 정부는 제도 개편안을 유보하고 '청년층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특히 '공짜 노동'을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진심'을 시각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은 포괄임금제에 대한 강한 근로감독이라는 점에도 중지가 모아졌을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유탄'을 맞게 된 상황입니다.

더욱이 이번 근로감독은 과거와는 다를 것이란 말이 많습니다.

먼저 '포괄임금제 근절'을 내 건 대대적인 기획감독을 한 것은 사상 처음입니다. 그간 포괄임금제 단속은 다른 장시간 근로감독에 엎거나 신고 사업장을 위주로 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메인 테마로 전면에 내걸었습니다.신고를 통해 특정 기업들을 '시범 케이스'로 삼는 것도 이례적인데, 그 규모도 큽니다. 고용부는 3월 31일 기준 총 138건의 익명 신고를 접수했다고 합니다. 중복신고와 내용을 알 수 없는 신고 등을 정리하면 사업장 기준 87개소입니다. 5월 말까지 집중적으로 기획감독(2탄)을 실시합니다.

감독 대상에는 예상대로 판교에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포괄임금제를 이미 폐지해서 단속 대상이 아닌 경우도 많아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름을 알만한 중견 규모 이상 IT업체들이 감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상태라고 합니다. 각사 인사담당자들도 자사가 감독 대상인지 알아보기 위해 분주한 상황입니다.

2탄이 마무리되면 IT·사무관리·금융·방송·통신 직종을 대상으로 하반기에 추가로 기획감독(3탄)을 실시합니다. 기획감독은 근로시간 조작 및 기록·관리 회피, 연차휴가 사용실태 등을 집중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사업주와 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병행해서 현장 애로사항도 파악하게 되면서 더 많은 위법 사항이 적발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4월부터 6월까지 300개 사업장, 하반기 추가 500개 사업장에 대해 '정기감독'을 하게 됩니다.

감독물량 자체는 예전에 비해 늘지 않았습니다. 다만 초과근로 비중이 높은 제조, IT를 포함해 근로시간 특례에서 제외되었던 금융보험, 영화제작, 보관·창고업, 금융보험업, 영화제작·흥행업, 통신업, 교육연구·조사업, 광고업, 접객업 등 21개 업종이 대상이 됩니다.

감독방식 강화도 눈에 띕니다. 근로시간과 휴가 관련 법 위반에 대해서는 3개월 후 위반 여부를 재점검합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감독을 나갔을 때 법 위반이 적발돼도 시정지시를 내리고 결과 보고를 받아 확인하고 끝냈다"며 "이제는 3개월 이후 다시 감독을 나가서 제대로 하는지 감독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시정지시를 받아들이는 척 눈속임하는 건지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것입니다.

이어 "기획감독 이후 근로시간 조작이나 의도적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하거나 회피한 정황 있다면 반드시 내년에 다시 기획감독하겠다는 것도 이번에 바뀐 내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간 고용노동부는 기획감독 대상이 된 사업장에 대해선 다음 해에는 감독을 하지 않아 왔습니다.고용부는 또 3년 내 같은 사항을 위반한 경우에는 즉시 사법처리할 계획입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