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노 “임상 1상 참여한 조산아 5명 모두 살아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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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경민 대표 인터뷰미숙아뇌실내출혈(IVH)은 조산아의 주된 사망원인 중 하나다. 몸무게 1.5㎏ 이하로 태어난 조산아에서 약 10%, 1㎏ 이하일 경우엔 30% 확률로 발생할 수 있다. IVH가 발생하면 절반 가까이가 6개월 내 사망한다. 머릿속에 고인 피와 체액을 수술로 빼내는 방법이 있지만, 통상 1.5㎏가 넘어야 가능하다. 1.5㎏ 이하 조산아에선 치료법이 없는 실정이다.
지난 10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만난 주경민 메디노 대표(사진)는 “750g으로 태어난 조산아를 포함해 ‘히스템’ 임상 1상에 참여한 신생아 5명이 모두 살아있다”고 말했다.
히스템 임상 1상 순항 중
히스템(HIEstem)은 건강한 태아의 탯줄에서 유래한 중간엽줄기세포에 트롬빈을 처리해 만든 IVH 및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HIE) 줄기세포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주 대표는 “배양 단계에서 혈액응고인자인 트롬빈을 처리하면 줄기세포가 가까운 곳에 출혈이 있다고 인식해 복구와 관련된 다양한 성장인자를 분비하게 된다”고 설명했다.줄기세포에서 분비된 간세포성장인자(HGF), 섬유아세포성장인자(FHF), 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신경성장인자(NGF) 등이 조산아의 뇌와 신경을 손상으로부터 보호하는 원리다. 그는 “탯줄 1개로 조산아 5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 1상은 IVH가 발생한 조산아를 대상으로 서울삼성병원과 서울성모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다. 추적조사기간은 IVH로 인한 사망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6개월로 정했다. 마지막으로 임상에 등록된 신생아의 투약 시점이 지난해 12월이다. 다음 달이면 1상에 참여한 신생아 환자들에 대한 추적조사 기간이 끝난다.주 대표는 “현재 전원 생존 중인 것은 물론 발병 직후 증가한 뇌손상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도 긍정적으로 변화했다”며 “그 밖에도 혹시 모를 장애 등 이상 유무를 확인해 오는 10월이면 최종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상 1상이 성공하면 20~30명 정도로 환자 수를 늘린 임상 2상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할 계획이다. 주 대표는 “식약처로부터 희귀질환 치료제로 지정받아, 임상 2상 결과에 따라 조건부 허가가 가능하다”며 “보다 수월한 환자 모집을 위해 일본 중국 대만 등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다국적 임상을 진행하는 방안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가 보는 히스템의 약점은 물질특허를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유효 성분이 자연(탯줄)에서 유래한 줄기세포이기 때문이다. 유전자 조작 등도 하지 않았다. 주 대표는 “대신 트롬빈 처리가 효능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 주요 국가에 공정 특허를 등록했거나 출원 중인 상태”라고 했다.
줄기세포 치료에 적합한 질환 공략
메디노의 두 번째 후보물질은 척수손상 치료제 후보물질 'BSO-101'이다. 지난 1월 임상시험계획(IND)을 식약처에 제출하고 보완 작업 중에 있다. BSO-101은 동종 신경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다. 신경줄기세포이기 때문에 신경세포로 분화해 망가진 신경망을 재생하는 효능을 기대하고 있다.메디노는 교통사고나 운동 중 부상으로 척수가 손상된 지 4주가 지나지 않은 환자들을 모집할 계획이다. 주 대표는 “과거에 줄기세포로 비슷한 증상을 고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며 “치료엔 ‘골든타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척수 신경 조직이 훼손되고 시간이 많이 지난 경우엔 재생이 사실상 어렵다”고 했다. 척수가 손상되고 한 달이 지나지 않은 환자들만 모집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면역반응이다. 히스템은 면역반응이 미미한 뇌에 투여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성인의 척수에 투여하는 다른 사람의 줄기세포 기반인 BSO-101은 심각한 면역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환자의 면역세포가 투여된 줄기세포를 모두 죽이면 치료 효과가 없어진다. 주 대표는 “면역억제제를 함께 투여할 예정”이라며 “쥐를 이용한 전임상 시험에선 투여한 줄기세포가 6개월까지도 생존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메디노는 현재까지 230억원을 투자받았다. 연말에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한 뒤 내년 기술성평가에 도전할 계획이다. 2025년 코스닥 시장에 기술특례로 상장한다는 목표다.
주 대표는 “감기를 낫게 하는 데 저분자화합물 의약품이 제격이듯 줄기세포 치료제가 적합한 질환이 따로 있다”며 “메디노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필요한 질환을 족집개처럼 공략하는 신약개발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바이오·제약·헬스케어 전문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3년 4월 12일 9시 23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