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변서 발견된 상괭이·참고래 등에서 미세플라스틱 나와

대형해양동물 12마리 모두 미세플라스틱 검출…1g당 3.34개
"상위포식자인 대형해양동물은 인간의 거울…경각심 가져야"
한국 주변 해역에서 생활하는 고래와 바다거북 등 대형해양동물도 미세플라스틱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매년 바다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480만∼1천270만mt(미터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2일 국제학술지 해양오염학회지 4월호에 실린 '한국에 좌초한 대형해양생물 체내 미세플라스틱' 논문에 따르면, 2019∼2021년 한국 해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대형해양동물 12마리를 해부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1천902개 발견됐다.

미세플라스틱은 길이가 5㎜ 미만인 플라스틱 조각을 말한다. 상괭이 7마리와 참고래 1마리, 남방큰돌고래 1마리, 돌고래 1마리, 붉은바다거북 2마리는 모두 소화기관에 미세플라스틱을 머금고 있었다.

미세플라스틱은 평균적으로 단위 무게 1g당 3.34개씩 있었다.

미세플라스틱 길이는 27.63㎛부터 4천596㎛까지 다양했다. 평균 길이는 273.2㎛였다.

재질별로는 폴리프로필렌(PP)이 44%,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가 17%, 폴리에틸렌(PE)이 11%로 가장 많았다.

종별로 보면 상괭이에게서 검출된 단위 무게당 미세플라스틱이 1.67∼11.63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참고래 3.94개, 붉은바다거북 0.34∼1.94개, 돌고래 0.48개, 남방큰돌고래 0.46개 순이었다.

상괭이에게서 가장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나온 것은 이들이 100m 이하의 얕은 해역에서 생활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안에서 생활할수록 육지에서 발생하는 미세플라스틱에 자주 노출될 수밖에 없다.

상괭이와 마찬가지로 얕은 바다에 서식하는 남방큰돌고래에게서 나온 미세플라스틱이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상괭이와 남방큰돌고래의 주식이 다르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수염고래인 참고래는 바닷물을 들이킨 뒤 크릴과 동물성플랑크톤 등 먹이를 입속 여과장치로 걸러내 섭취하는데,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먹기도 한다.

반면 상괭이와 남방큰돌고래, 돌고래 등 이빨고래는 먹잇감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을 간접적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대형해양생물의 성숙도와 몸길이 등에 미치는 영향이 입증되지는 않았다.

다만 어류의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소화기관에 악영향을 주고,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과 중금속 등과 함께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해양동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

연구에 참여한 인하대 해양과학과 김태원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대형해양동물은 바다 생태계에서 상위포식자이기에 인간의 '거울'이라고 볼 수 있다"라며 "인간도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상괭이와 참고래, 남방큰돌고래, 돌고래, 붉은바다거북은 모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올라 있는 국제보호종이다. 돌고래는 '관심대상(LC)', 상괭이는 '위기(EN)', 참고래와 붉은바다거북은 '취약(VU)', 남방큰돌고래는 '준위협(NT)' 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