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게임' 테트리스는 어떻게 자유 세계로 침투했나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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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4’를 뜻하는 그리스어 접두사(테트라)와 인기 스포츠 ‘테니스’를 더해서 만든 이름. 네 개의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진 조각들을 끼워 맞추는 게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아류작을 낳았고, 가장 많이 팔린 게임 2위에 오른 전설의 히트작.
바로 테트리스다. 밋밋하기 이를 데 없는 규칙 하나로 수십년간 지구촌 전자오락 시장을 군림한 테트리스가 영화로 나왔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의 영화 ‘테트리스’다.영화는 테트리스 게임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확산됐는지의 과정을 그린다. 연출은 영화 ‘카스’ ‘필스’ ‘스탠&올리’ 등을 만든 존 S.베어드 감독이 맡았다. 태런 에저튼이 테트리스를 유통시키려는 게임 판매담당 로저스 역할을 연기했다. 영화는 1988년 로저스가 테트리스 게임을 우연히 접하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게임의 매력에 빠진 로저스는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소련으로 간다. 게임 발명자 알렉세이 파지트노프의 뜻과 무관하게 국가 소유가 됐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에 소련의 제품을 자유세계에 판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었을까. 영화는 게임의 탄생 과정을 조명하지 않는다. 전세계 유통망을 확보하는 과정에 오롯이 집중한다. 테트리스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은 로저스뿐만 아니었다. 여러 사업자들이 소련 정부에 물밑 작업을 하면서 경쟁은 달아오른다. 영화는 누구나 다 아는 세계적 게임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초반부터 친근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유통 이야기를 담아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게임 이미지와 장면을 영화 곳곳에 배치해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인물들을 게임 이미지로 소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흥미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냉전 시대의 그늘을 다룬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좋은 창작물을 만들어도 국가에 소유권을 빼앗기는 등 창작자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실에도 영화의 시선이 머문다.
다만 주의해야할 점은 게임을 소재로 했지만 가족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영화의 분위기는 다소 어둡다. 초반엔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판권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다보니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바로 테트리스다. 밋밋하기 이를 데 없는 규칙 하나로 수십년간 지구촌 전자오락 시장을 군림한 테트리스가 영화로 나왔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의 영화 ‘테트리스’다.영화는 테트리스 게임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확산됐는지의 과정을 그린다. 연출은 영화 ‘카스’ ‘필스’ ‘스탠&올리’ 등을 만든 존 S.베어드 감독이 맡았다. 태런 에저튼이 테트리스를 유통시키려는 게임 판매담당 로저스 역할을 연기했다. 영화는 1988년 로저스가 테트리스 게임을 우연히 접하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게임의 매력에 빠진 로저스는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소련으로 간다. 게임 발명자 알렉세이 파지트노프의 뜻과 무관하게 국가 소유가 됐기 때문이다.
냉전시대에 소련의 제품을 자유세계에 판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었을까. 영화는 게임의 탄생 과정을 조명하지 않는다. 전세계 유통망을 확보하는 과정에 오롯이 집중한다. 테트리스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은 로저스뿐만 아니었다. 여러 사업자들이 소련 정부에 물밑 작업을 하면서 경쟁은 달아오른다. 영화는 누구나 다 아는 세계적 게임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초반부터 친근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유통 이야기를 담아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게임 이미지와 장면을 영화 곳곳에 배치해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인물들을 게임 이미지로 소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흥미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냉전 시대의 그늘을 다룬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좋은 창작물을 만들어도 국가에 소유권을 빼앗기는 등 창작자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실에도 영화의 시선이 머문다.
다만 주의해야할 점은 게임을 소재로 했지만 가족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영화의 분위기는 다소 어둡다. 초반엔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판권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다보니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