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게임' 테트리스는 어떻게 자유 세계로 침투했나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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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테트리스다. 밋밋하기 이를 데 없는 규칙 하나로 수십년간 지구촌 전자오락 시장을 군림한 테트리스가 영화로 나왔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플러스의 영화 ‘테트리스’다.영화는 테트리스 게임이 어떻게 세계적으로 확산됐는지의 과정을 그린다. 연출은 영화 ‘카스’ ‘필스’ ‘스탠&올리’ 등을 만든 존 S.베어드 감독이 맡았다. 태런 에저튼이 테트리스를 유통시키려는 게임 판매담당 로저스 역할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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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전시대에 소련의 제품을 자유세계에 판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었을까. 영화는 게임의 탄생 과정을 조명하지 않는다. 전세계 유통망을 확보하는 과정에 오롯이 집중한다. 테트리스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은 로저스뿐만 아니었다. 여러 사업자들이 소련 정부에 물밑 작업을 하면서 경쟁은 달아오른다. 영화는 누구나 다 아는 세계적 게임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초반부터 친근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러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유통 이야기를 담아내 호기심을 자극한다. 게임 이미지와 장면을 영화 곳곳에 배치해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다양한 인물들을 게임 이미지로 소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흥미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냉전 시대의 그늘을 다룬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좋은 창작물을 만들어도 국가에 소유권을 빼앗기는 등 창작자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실에도 영화의 시선이 머문다.
다만 주의해야할 점은 게임을 소재로 했지만 가족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영화의 분위기는 다소 어둡다. 초반엔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판권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다보니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