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세계와 한층 더 분리되면서 중국의 경제적 식민지가 될 위험을 무릅쓰는 상황이라고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번스 국장은 이날 텍사스주 라이스대학 행사에 참석해 "러시아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는 에너지와 원자재 수출 시장 의존도 등을 거론하면서 "러시아가 어떤 점에서는 서서히 중국의 경제적 식민지가 될 위험을 무릅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가 중국과 한층 더 경제적으로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실제 최근 공개된 중국의 무역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석유 수출국이 됐다. 로이터가 지난달 보도한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2월 중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량은 하루 194만 배럴(bpd)로 지난해 동기의 157만bpd보다 23.8% 증가했다.
이에 비해 중국의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수입량은 같은 기간 181만bpd에서 172만bpd로 줄었다.
중국 기업들은 유통, 자동차 등 적잖은 서방 기업들이 빠져나간 러시아 소비자 시장에서도 공백을 메우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특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정상회담을 열고 '신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1천650억 달러(212조5천억원)에 달하는 상호 투자 프로젝트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