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3만원' 코스에 2030 女 열광…두 달 치 예약 꽉 찼다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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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시플레저' '티(tea) 오마카세' 열풍건강을 중요시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에 맞춰 최근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티(Tea) 오마카세'가 주목받고 있다.
'커스터마이징 티' 즐길 수 있어 인기
"건강 생각하는 트렌드에 수요 높아"
헬시 플레저란 '건강을 즐겁게 관리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뜻으로, 건강 관리에 돈 쓰기를 아끼지 않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최근엔 20~30대 여성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티 오마카세'가 인기를 끌자, 서울 시내 곳곳에서는 코스로 제공되는 차 전문점들이 속속히 생겨나는 추세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핫플(핫플레이스)'로 꼽히는 '티 오마카세', '티 코스'를 체험한 후기를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생소한 듯 보이지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핫'한 탓에 '티 오마카세'를 경험하는 건 쉽지 않다. 전문점 방문을 위한 예약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사전 예약해야만 방문할 수 있고, 원하는 시간대에 가기 위해선 한두 달 전에 예약해야 하는 탓에 온라인상에서는 '티(tea)케팅'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기자도 치열한 '티케팅' 끝에 '티 오마카세'를 경험할 수 있었다. SNS에서 '차 맛집'으로 급부상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알디프 티 바'는 네이버 예약제로만 운영됐다. 12일 오전 기준, 다음 달까지 주말 예약은 꽉 찼다. 평일 방문 역시 3주 치가 '완판'됐다. 12일 오전 11시에 방문한 이곳은 총 6석의 한정된 좌석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시간대에는 단체 손님 3명, 1인 고객 3명으로 자리가 채워졌고, 모인 이들 전부 20~30대 여성이었다.오마카세 특성상 자리가 협소한 탓에 옆에 앉은 손님과 가까운 거리를 유지해야 했다. 베이지색 모노톤의 인테리어에 잔잔한 재즈 음악은 차를 마시는 정취를 한껏 끌어 올려 줬다.
'티 마스터'로 불리는 이곳의 직원은 "최근 들어 혼자서도 방문하시는 여성 손님들이 많다"며 "여유롭게 다양한 차를 온전히 즐기다 가시길 바란다"고 운을 떼며 티 오마카세의 시작을 알렸다.
본격적인 시작에 앞서 티 마스터는 손님들에 유당불내증, 알레르기 여부를 체크하고, 손님별로 차를 마시기에 편한 손의 위치도 확인했다. 손님들의 취향에 따라 당도 조절 등 기호에 맞게 각 메뉴의 맛을 조정해주기도 했다. 개인 기호와 입맛에 맞게 차를 '커스터마이징(개인 맞춤)' 해준다는 것.이곳은 분기별로 계절마다 콘셉트와 메뉴 구성이 바뀐다. 이날은 봄이라는 계절에 맞게 딸기와 꽃 등을 활용한 코스로 제공됐다. 메인 코스를 시키면 약 2시간 동안 티 마스터의 스토리텔링을 들으며 총 5가지 메뉴의 다양한 차를 즐길 수 있다. 가격은 3만원으로 호텔 라운지 급 가격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티 오마카세를 방문하고 있다는 손님 박모 씨(33)는 "환절기가 되면서 감기 예방에 차가 좋다길래 여러 가지 맛을 보고 싶어 이곳에 왔다"면서도 "다른 오마카세는 잘 안 가는데, 차를 마시는 건 건강에도 좋아서 이번이 벌써 3번째 방문이다. 앞으로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방문해 다양한 코스를 즐겨볼 생각"이라고 귀띔했다.메인 코스로는 스트레이트 티, 크림티, 과일 티, 여성의 건강을 위한 티, 메인 차인 '벚나무 엘더 밀크티' 등이 티 푸드와 함께 제공됐다. 봄의 싱그러운 느낌을 가득 담은 차들 위주로 제공됐고, 딸기나 자몽 등을 베이스로 해 과일 향이 물씬 났다. 메뉴 중에서는 3000원을 추가하면 칵테일 차로 즐길 수 있는 메뉴, 여성의 몸 진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재료들을 블렌딩했다는 메뉴도 있었다.코스에 맞춰 차의 이름과 설명, 성분 등을 알리는 '티 카드'도 제공된다. 제공되는 차마다 키워드와 맛, 식감이 전부 다르기 때문이다. 티 마스터는 "새로운 티가 나올 때마다 각각 의미를 부각하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코스를 더 다채롭게 차를 즐길 수 있게 하고자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카드 뒷면에는 차를 마시며 함께 듣기 좋은 노래, 차에 대한 정보, 건강 효능 등이 적혀있었다.
코스가 시작된 뒤 손님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게 차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함께 사진을 찍은 뒤, 차를 음미했다. 단체 손님들도 큰소리로 대화하기보다 조용히 차를 마시는 것에 집중했고, 혼자 온 손님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차 코스'를 즐겼다.특히 제일 마지막 코스에서 디저트 모양으로 제공되는 '고체형 차'는 이색적인 모양에 손님들의 눈길을 끌었다. 푸딩 같은 부드러운 식감에 입에서 살살 녹는 식감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직원은 "같이 마실 액체형 차도 마지막 메뉴로 준비했다"며 "오두막집에서 잠이 들기 직전 포근한 느낌을 느낄 수 있는 차"라고 설명했다.
5가지의 코스가 끝나면 이곳 방문객들은 각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코스를 고르고 함께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다. 방문객 모두 각자 취향에 따라 마음에 들었던 코스, 매력적이라 생각했던 메뉴를 골랐다. "그냥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 스토리를 들으며 차를 마셔서 색다른 경험이었다", "여러 차의 종류를 다양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식감과 맛을 다양하게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등 다양한 평이 오갔다.방문객들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찾아보고 예약하게 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비어있는 자리가 없다 보니 취소 표를 겨우 찾아 예약한 손님들도 있었다. 몇 명은 '핫플'로 자리 잡은 이곳이 어떨지 궁금해 호기심에 찾게 됐지만, 다양한 차를 맛보고 온기를 채워가는 느낌을 받아 방문을 만족한다는 평도 내놨다.알디프 관계자는 "최근 술과 카페인을 멀리하고 건강을 생각하는 트렌드에 맞춰서 방문객들이 자주 찾으신다"며 "차를 오마카세 형식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의 장점은 자기가 어떤 차를 좋아하고 즐기는지 접해본 적이 없는 고객들이 여러 가지 차를 다양한 형식으로 접할 수 있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