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WOW 이제는 스타트업] 한국엔 왜 CES 같은 게 없을까?
입력
수정
지면A29
CES가 어떻게 세계 최대 전시회로 자리 잡았을까 생각해보자. CES는 1967년 미국 뉴욕에서 TV, 오디오, 비디오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전자제품을 소개하는 쇼로 시작했다. 벌써 55년이 넘었는데 전시의 성격도 시대에 맞게 계속 변해왔다. 가전에서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시현장으로 성장했고 최근 모빌리티, 가상현실, 게임 등 영역이 점점 확대됐다. 첨단기술 시현을 보고 일반인은 즐거움과 흥분을 느꼈고, 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관련자도 반드시 가봐야 하는 박람회로 인식하게 됐다.
CES처럼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
그러면 이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주제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데 설득력이 있고, 아직 다른 나라에서 하고 있지 않으면서 향후 확장성이 있고, 그래서 시대를 앞서서 역사를 축적할 수 있는 전시·박람회의 영역은 무엇일까?
세계 인플루언서들의 잔치를 열자
정답은 인플루언서 박람회 혹은 페스티벌이다. 인류가 지식정보사회를 넘어 감성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우연히도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바로 이때, 이 박람회는 한국의 K콘텐츠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며 한류가 세계의 주류문화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K콘텐츠를 사랑하는 글로벌 주요 인플루언서의 잔치를 열고 그들에게 시상을 하자. 마치 CES가 기업들에 혁신상을 주는 것처럼. 또 그들의 끼를 발현하며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세션을 만들 수 있다.학계는 이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다루는 콘퍼런스를 열 것이다. 언론도 CES보다 더 열심히 취재할 것이다. 왜냐면 CES보다 일반인에 대한 확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들의 활발한 참여로 순식간에 세계 10억 명 이상이 한국에서의 페스티벌을 즐기며 한국 문화를 추앙하게 될 것이다. 이런 박람회라면 하나의 축제가 될 것이고 CES처럼 50년 이상의 역사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아직 아무도 이런 박람회를 하지 않았고 지금 이 시대에 한국이 이런 것을 한다는 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그런데 그 박람회에서는 무엇을 팔 건가요?” 이 박람회는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다. 하나도 안 팔아도 파는 것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우리도 CES처럼 할 수 있는 게 뭐 없을까?’라는 질문에 갇혀서는 그 대답을 찾을 수 없다. 아직 남들이 안 하는 형태를 새로 창출해내야 CES처럼 할 수 있는 것이다. 인플루언서 한 명 한 명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라고 인식해보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있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