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의 WOW 이제는 스타트업] 한국엔 왜 CES 같은 게 없을까?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이후 많이 듣는 얘기가 있다. “왜 한국에는 CES 같은 박람회가 없을까요?” “우리도 이제 저런 거 하나 할 때가 되지 않았나요?” 정부 부처에서도, 지방자치단체나 기업인들도 이런 얘기를 한다. 맞는 말이다.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생각한다면 이제 CES 같은 박람회 하나쯤은 국내에 있을 법하다. 그럼 어떤 분야를 해야 할까?

CES가 어떻게 세계 최대 전시회로 자리 잡았을까 생각해보자. CES는 1967년 미국 뉴욕에서 TV, 오디오, 비디오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전자제품을 소개하는 쇼로 시작했다. 벌써 55년이 넘었는데 전시의 성격도 시대에 맞게 계속 변해왔다. 가전에서 첨단 정보통신기술의 시현장으로 성장했고 최근 모빌리티, 가상현실, 게임 등 영역이 점점 확대됐다. 첨단기술 시현을 보고 일반인은 즐거움과 흥분을 느꼈고, 기술 개발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관련자도 반드시 가봐야 하는 박람회로 인식하게 됐다.

CES처럼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

CES 사례를 보면 성공하는 박람회가 되기 위한 원칙을 파악해 볼 수 있다. 첫째, 그 시대에 그곳에서 열리는 이유가 설득력 있어야 한다. 1967년도의 뉴욕은 세계 ‘워너비 라이프스타일’을 상징하는, 트렌드를 이끄는 도시였다. 둘째, 이런 설득력을 토대로 아직 다른 도시가 선점하지 않은 주제를 선정해야 한다. 셋째, 선택된 주제가 두 가지 측면에서 확장성을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까지 집중시킬 수 있는 확장성, 주제의 다양성 측면에서의 확장성 말이다. 넷째, 성공하는 박람회·전시가 되기 위해서는 역사가 축적돼야 한다. 이 말은 적어도 몇십 년 동안 그곳에서 그 주제의 박람회가 열리는 데 모두의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아직 남들이 하고 있지 않은 것을 시대에 앞서 해야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 네 가지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주제는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데 설득력이 있고, 아직 다른 나라에서 하고 있지 않으면서 향후 확장성이 있고, 그래서 시대를 앞서서 역사를 축적할 수 있는 전시·박람회의 영역은 무엇일까?

세계 인플루언서들의 잔치를 열자

정답은 인플루언서 박람회 혹은 페스티벌이다. 인류가 지식정보사회를 넘어 감성사회로 진입하는 시점에서 우연히도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세계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바로 이때, 이 박람회는 한국의 K콘텐츠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며 한류가 세계의 주류문화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디딤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K콘텐츠를 사랑하는 글로벌 주요 인플루언서의 잔치를 열고 그들에게 시상을 하자. 마치 CES가 기업들에 혁신상을 주는 것처럼. 또 그들의 끼를 발현하며 그들이 주인공이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세션을 만들 수 있다.

학계는 이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다루는 콘퍼런스를 열 것이다. 언론도 CES보다 더 열심히 취재할 것이다. 왜냐면 CES보다 일반인에 대한 확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들의 활발한 참여로 순식간에 세계 10억 명 이상이 한국에서의 페스티벌을 즐기며 한국 문화를 추앙하게 될 것이다. 이런 박람회라면 하나의 축제가 될 것이고 CES처럼 50년 이상의 역사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아직 아무도 이런 박람회를 하지 않았고 지금 이 시대에 한국이 이런 것을 한다는 데 동의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그런데 그 박람회에서는 무엇을 팔 건가요?” 이 박람회는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다. 하나도 안 팔아도 파는 것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다. ‘우리도 CES처럼 할 수 있는 게 뭐 없을까?’라는 질문에 갇혀서는 그 대답을 찾을 수 없다. 아직 남들이 안 하는 형태를 새로 창출해내야 CES처럼 할 수 있는 것이다. 인플루언서 한 명 한 명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라고 인식해보자.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있다.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