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미나리·전복에 꼬막까지…남도의 봄맛 즐기러 가볼까

식탁 위 먹거리가 풍성해지는 봄이다. 13일 방송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먹고 보고 즐기는 전남의 다양한 맛집을 소개한다.

◆ 매화향 가득한 광양의 봄맛– 전라남도 광양시
섬진강이 어깨 곁으로 흐르고 눈부신 매화가 꽃 대궐을 이루는 오색찬란한 남도의 땅 광양으로 향한다. 온화한 봄기운이 백운산 기슭을 따라 흐르는 새하얀 매화 세상이 되면 광양 지계마을 사람들은 이 매화꽃으로 호사를 누린다. 매화나무 옆에 이 봄을 풍성하게 해주는 건 바로 봄나물. 쑥부쟁이, 머위, 달래 등 뭐든 어리고 연한 것들로 골라 먹을 수 있는 봄나물이 봄철 밥상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밭에서 갓 뜯어온 나물은 광양사람들 주방에선 빠질 수 없는 매실액으로 조물조물 바로 무쳐 먹으면 쌉싸름하고 풋풋한 맛을 잡아준다. 매실액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매실장아찌다. 새콤달콤한 장아찌에 제철을 맞아 쫄깃한 주꾸미를 더해 샐러드로 만들어 먹으면 입맛도 살아나고 소화도 잘된다. 이맘때 나오는 제철 우럭 조개도 빠질 수 없는 재료다. 우럭 조개에 쑥을 넣고 끓인 된장국은 건강에도 좋아 봄이 되면 자주 끓여 먹는 국 중 하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귀히 여기는 것은 매화. 다들 매화꽃에서는 아무 맛도 나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매화꽃은 향을 먼저 음미하고 먹는다. 특히 매화꽃을 붙여 만든 김부각은 봄에만 보고 맛볼 수 있는 호사다. 이 마을에선 매화만큼 봄에 유명하다는 고로쇠도 있다. 고로쇠에 명태를 넣어 졸이면 단맛이 스며들면서 부드러운 북어 살이 된다. 삶은 북어 살은 맛있는 밑반찬으로, 삶은 물은 기력보충용으로 마신다. 봄철 지혜가 엿보이는 지계마을 두 여자의 풍성한 밥상을 맛본다.

◆ 평일도의 봄 바다는 풍년이로세 – 전라남도 완도군
외세의 침입을 한 번도 받지 않고 평안하다고 이름 붙여진 ‘평일도’. 풍부한 어족자원이 있는 청정해역 평일도에서 태어나 40년째 어업에 종사하고 있는 순봉 씨 역시 봄이 되면 하루도 빠짐없이 양식장을 나가고 있다. 바로 평일도의 1년 농사를 책임지는 전복을 키우기 위해서다. 전국 전복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완도 안에서도 평일도 전복하면 알아줄 만큼 맛있다. 미네랄과 섬유소가 풍부한 다시마를 먹고 자란 평일도의 양식 전복은 자연산 전복과 다르게 오히려 봄철에 더 부드럽고, 통통해서 맛있다. 아버지의 전복과 다시마 양식을 돕기 위해 아들 세민 씨와 세직 씨도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봄맞이 풍년을 맞은 전복과 다시마를 나눠 먹기 위해 마을 어머니들이 나섰다. 평일도 잔칫상에 빠질 수 없는 수육은 다시마를 넣고 삶으면 더욱 부드럽고 맛있다. 거기에 다시마와 전복을 올려 먹는 삼합은 서로 다른 식감과 맛이 어우러져 이곳 사람들이 제일 즐겨 먹는 음식이다. 제철을 맞아 잡아 온 싱싱한 간자미는 무침으로 먹으면 제맛. 오독오독한 식감에 다시마가 더해져 식감이 두 배로 살아난다. 오늘 잔치의 화룡점정은 바로 감성돔 미역국! 육지의 소고기미역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평일도 사람들의 봄철 건강을 지켜준 자연산 보양식이란다. 봄 바다가 준 넉넉한 선물이 함께 나눠 먹으니 배로 행복한 평일도의 희망찬 봄날을 만나본다.

◆ 봄의 전령사 미나리의 향긋한 밥상 – 전라남도 순천
풍부한 햇볕과 맑은 물, 기름진 토양이 길러낸다는 봄의 전령 미나리. 자생력이 강해 어디서든 잘 자라는 미나리는 무농약으로 재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봄철 식재료 중 하나다. 간척지 땅인 순천만에선 물이 잘 고이는 특성을 이용해 논미나리를 키운다. 논미나리 재배는 내년 농사를 위해 뿌리는 남긴 채 손으로 일일이 베어 줘야 하므로 사람의 손이 많이 가는 고된 농사다. 올해로 35년 차 베테랑 농부인 어머니 점자 씨에게도 미나리 농사는 여전히 힘들다. 10년 전 아들 우원 씨가 뒤를 이어 농사를 거든다고 했을 땐 걱정이 많았지만, 이제는 아들과 함께해서 든든하다는 점자 씨. 긴 세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준 고마운 미나리를 이용해 가족들의 입맛을 돋울 준비를 한다.

일손이 바쁠 때도 이 미나리 하나면 봄 밥상은 든든히 보냈을 정도로 미나리는 어떤 재료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는데. 그중에서도 미나리를 넣고 쓱쓱 무친 김치와 갑오징어 무침은 순천 사람이라면 봄마다 늘 먹는 밑반찬이다. 이맘때 미나리의 향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선 미나리전도 빠질 수 없다. 밀가루 대신 넣은 감자전분에 미나리를 가득 넣고 부치면 입안 가득 봄이 터진다. 바다가 가까운 순천 사람들에겐 미나리를 넣고 졸인 아귀찜은 최고의 별미! 콩나물의 아삭한 식감과 미나리의 향기로움이 선사하는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다양한 음식들과 궁합을 이루어 맛과 영양을 모두 잡는 미나리 밥상을 통해 점자 씨 가족의 향긋한 인생의 봄날을 느낀다.

◆ 그리움이 서린 가족의 봄 바다 – 전라남도 고흥
또 다른 봄의 풍요를 찾아 떠난 고흥 풍남마을. 바다 농사꾼 명성 씨 역시 고향 바다로 돌아와 오늘도 미역을 채취하러 나선다. 그 옆에선 이모부 재선 씨가 낙지를 잡기 위해 내린 통발을 거둔다. 육질이 연하고 살이 통통한 봄과 가을에 더 맛있다는 고흥 낙지를 부지런히 참게로 유인하면 만선의 기쁨을 선물하는 은혜로운 봄 바다. 명절이나 제사 때 숯불에 구운 생선을 올리는 고흥지방의 오랜 전통에서 이제는 고흥의 대표 먹거리가 되었다는 숯불생선구이. 이런 전통을 며느리들에게 가르쳐준 건 다름 아닌 시어머니이자 명성 씨의 어머니 신옥희 여사다. 그런 어머니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자식들은 고향으로 모였다.

어머니가 가족을 위해 정성껏 해주시던 음식을 이제는 어머니를 위해 대접하고 싶다는 가족들. 그 첫 번째 음식은 이모부 재선 씨가 잡아 온 낙지로 만든 호롱 구이다. 또한, 본격적인 봄 수확 전 이맘때 나는 풋마늘 대와 꼬막으로 만든 조림은 집 나간 입맛도 돌아오게 만든다. 봄이 되면 기력보충을 위해 꼭 끓여주셨던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생선구이 탕국까지 더해지면 풍양마을 가족들의 봄을 꽃피워줄 따스한 밥상이 완성된다. 힘든 시간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가족들의 사랑과 잊지 못할 어머니의 그리운 맛을 찾아가 본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