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비거리 욕심 버렸다…'주특기' 퍼팅으로 2연패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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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KPGA 개막전 타이틀 방어 나서는 박상현1983년생인 박상현은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이 끝난 뒤 1주일 후면 만 40세가 된다. ‘불혹’은 선수 생명이 긴 골프에서도 적지 않은 나이다. 이른바 ‘에이징 커브’가 뚜렷해지는 시기다. 대부분의 선수는 이 나이 때 은퇴 기로에 선다. 여기에 투어 평균을 훨씬 밑도는 체격(키 170㎝, 몸무게 70㎏)은 새 얼굴들에게 갈수록 밀리고, 드라이브 평균 비거리는 어느덧 84위(282야드)까지 떨어졌다.
퍼팅에 강한 '쇼트게임 능력자'
"비거리 늘리려 노력해봤지만
오히려 내 장점까지 무너졌다"
"잘하는 그린 주변 플레이로
전례 없는 개막전 2연패 도전"
첫날 5언더파…선두와 3타 차
그런 박상현이 코리안투어 개막전의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됐다. 단순히 그가 이 대회 우승자이자 디펜딩 챔피언이어서만은 아니다. 여전히 그가 우승할 기량을 갖췄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DB손해보험 단독 주최로 시작한 2011년 이후 2연패는커녕 한 번도 다승자를 허락한 적이 없는데도 그렇다.13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CC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를 앞두고 모습을 드러낸 박상현은 “어차피 멀리 쳐서 우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내가 제일 잘하는 리커버리(그린을 놓쳤을 때 파 또는 그 이상의 성적을 적어내는 것) 능력을 내세워 2연패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박상현은 장타자로 불려본 적이 없다. 그래서 비거리를 늘리는 데 욕심을 내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브라이슨 디섐보를 따라가려다 슬럼프에 빠진 로리 매킬로이의 전철을 먼저 밟은 게 박상현이었다. 박상현은 “지난 시즌에 우승했다가 이듬해 사라지는 선수 대부분이 비거리를 늘리려다 망가지더라”며 “나도 그랬는데 내가 잘하는 것까지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 때부터는 내 장점을 극대화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그가 제일 잘하는 게 그린 주변 플레이와 퍼팅이었다. 지난해 평균 퍼트 수는 전체 10위(1.77타), 평균 타수는 15위(70.96타)를 기록했다. 한·일 통산 13승 가운데 절반이 넘는 7승이 30대 중반 이후에 나온 것도 이런 쇼트게임 덕을 톡톡히 봤다. 박상현은 “나는 한 시즌에 4~5승씩 하는 그런 기량을 갖고 있지 않다”며 “계속 타수를 지키고 버티면 언젠간 경쟁자들이 흔들리고, 한 번은 기회가 찾아오는데 그걸 잡은 것”이라고 했다.박상현의 또 다른 ‘롱런 비결’로는 스폰서를 대하는 프로정신이 꼽힌다. 박상현은 “동아제약의 후원을 받은 뒤로는 공식 석상에서 한 번도 ‘피곤하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자양강장제 박카스 제조사의 후원을 받는 선수가 피곤하다는 말을 꺼낸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에 누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스폰서와의 관계에서도 ‘프로 자세’를 유지해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선수”라며 “여전히 다른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가구 사업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 박상현은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그가 주니어 선수였던 1997년 외환위기가 찾아오자 가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박상현은 “아버지가 그때 땅 팔고 집 팔고 하면서 내가 골프를 계속하도록 도와주셨고 여러 곳에서 도움도 많이 받았다”며 “나를 도와준 사람들에겐 꼭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박상현은 올해로 신한금융그룹과 17년째 연을 맺어온 김경태, SK와 2011년부터 동행하는 최경주에 이어 ‘장기계약’을 해온 선수가 됐다. 올해로 박상현과 계약이 종료되는 동아제약 측은 웬만해선 그를 붙잡는다는 계획이다.
박상현은 이날 열린 1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 공동 20위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5언더파를 적어낸 공동 선두 그룹과는 3타 차다. 박상현은 “목표는 당연히 우승”이라며 “개막전에 맞춰 몸을 만들어왔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