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위험 채권만 6.2조원…'부실 적신호' 켜진 캐피털社

21개 업체 사업보고서 분석

작년 말 '요주의 이하 여신'
1조6000억 이상 불어나
차주 신용악화 가능성 '주의'

PF 대출 건전성에 경고등
총액 절반인 14조 올해 만기
연체액도 60% 급증한 1.8조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경고등’이 켜진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되는 캐피털사의 잠재위험채권이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액도 1년 전보다 60%가량 급증했다. PF 대출 중심으로 올해 만기가 집중돼 있어 캐피털사의 잠재위험채권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캐피털사, 요주의 이하 채권 급증

13일 한국경제신문이 주요 캐피털사 21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잠재위험채권으로 분류되는 요주의 이하 여신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총 6조203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36.8%(1조6705억원) 늘어난 수치다.

요주의 이하 여신은 신용상태가 양호해 회수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되는 정상 채권을 제외한 채권을 뜻한다. 이미 채권 회수에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채권과 현재 원리금 회수에는 문제가 없지만 향후 차주의 신용상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필요한 요주의 채권을 포함한다.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의 요주의 이하 채권은 지난해 2조524억원으로 전년(1조9268억원)보다 6.5% 증가했다. KB캐피탈의 요주의 이하 채권은 1년 새 87.7% 급증한 8347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캐피탈은 전년(1026억원)보다 다섯 배 급증한 5108억원, 신한캐피탈은 18.7% 늘어난 3310억원이었다. 우리금융캐피탈은 같은 기간 29.2% 증가한 4484억원으로 공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에서 요주의 채권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관리하라고 권고한 것을 고려해도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했다.

○부실 리스크 높은 부동산 대출

캐피털사가 금융 부실의 ‘뇌관’으로 꼽히는 것은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캐피털사가 취급 규모를 가파르게 늘려온 PF 대출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캐피털사 등 여신전문회사의 PF 대출 취급 규모는 2013년 2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27조2000억원으로 10배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은 2조1000억원에서 10조6000억원으로 다섯 배 증가했다.

캐피털사가 취급한 부동산 PF 대출은 대부분 건당 100억~300억원으로 건당 30억원 수준인 저축은행과 비교해도 규모가 크다. 캐피털사는 저축은행과 달리 여신 한도에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취급 대출의 중·후순위 비중도 높은 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캐피털사 부동산 금융자산의 60%만이 선순위다. 나머지 40%는 중·후순위다. 저축은행의 부동산 금융자산 선순위 비중이 96%인 것과 대비된다.

캐피털사가 취급한 PF 대출의 상당수가 올해 만기가 돌아온다. 업계에 따르면 약 29조원에 달하는 부동산 PF 대출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14조5000억원이 올해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유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증권사에 비해서도 캐피털사의 부동산 경기 민감도가 현저히 크다”며 “특히 캐피털사의 부동산 PF 대출 중 브리지론(단기차입)의 약 90%가 상환 기간이 1년 이내 집중돼 있어 부실화 리스크가 높다”고 했다.캐피털사의 연체액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연체액을 공개한 캐피털사 19곳의 작년 말 총연체액은 1조8069억원으로 전년(1조1310억원) 대비 59.8% 증가했다. 이 가운데 1개월 이상 연체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92%(1조6622억원)에 이른다. 불과 1년 새 1개월 이상 연체액은 1조1059억원에서 1조6622억원으로 50.3% 급증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