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손 들어준 대법원…"퀄컴, 경쟁사·휴대폰 제조사 방해"

퀄컴 1조 과징금…6년 2개월 소송전 마무리

'비차별적으로 라이선스 제공'
확약 후 특허 사업권 인정받곤
경쟁사에 라이선스 계약 거절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엔
모뎀칩셋 공급 연계한 계약 강요

퀄컴 측 "대법원 판결 존중"
다국적 통신업체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 등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부과받은 1조원대 과징금이 13일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사진은 2016년 7월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전원회의 모습. /연합뉴스
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가 ‘특허 갑질’ 위법 여부를 두고 6년여간 끌어온 법정 다툼이 공정위 승리로 막을 내렸다. 13일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공정위가 단일 사건 기준 사상 최대 규모로 부과한 과징금 1조311억원도 그대로 확정됐다. 기술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특정 기업이 표준으로 인정된 특허를 활용해 독점적인 시장지위를 강화하려는 꼼수에 철퇴가 내려졌다는 평가다.

○퀄컴의 ‘특허 갑질’에 철퇴

글로벌 반도체·통신장비업체 퀄컴의 본사인 퀄컴인코퍼레이티드는 이동통신용 모뎀칩셋에 필수적인 표준필수특허(SEP)를 기반으로 이 특허기술의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는 특허권 사업을 하고 있다. 계열사인 퀄컴테크놀로지인코퍼레이티드와 퀄컴CDMA테크놀로지아시아퍼시픽은 이동통신용 모뎀칩셋 사업을 하고 있다. 퀄컴은 2022년 3분기 기준 글로벌 통신칩 시장 점유율이 62.3%에 달하는 절대강자다.

공정위는 이들 3개 기업이 SEP 라이선스 시장과 모뎀칩셋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 2016년 12월 이들에 1조311억원의 과징금 부과 처분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퀄컴은 특허 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인(FRAND)’ 조건으로 라이선스를 제공한다는 자발적 확약을 통해 SEP 보유자 지위를 인정받았는데, 이 확약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공정위는 퀄컴의 시장지배력 남용 행위를 크게 세 가지로 정리했다. 우선 2009년부터 7년간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에 자신이 독점한 이동통신 SEP의 특허 라이선스 계약 체결을 거절하거나 제한한 점을 위법 행위로 꼽았다. 또 삼성전자 등 휴대폰 제조사들에 특허 라이선스 계약과 모뎀칩셋 공급계약을 연계해 계약을 체결하도록 강요한 점도 문제 삼았다. 마지막으로 휴대폰 제조사와 체결하는 라이선스 계약에 휴대폰 판매 가격의 일정 비율을 ‘실시료(로열티)’ 명목으로 받는 조건도 불공정거래로 판단했다.공정위 처분에 불복한 퀄컴은 2017년 서울고등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는 2019년 12월 공정위 시정명령 10건 중 4건을 취소해야 하지만, 과징금 처분은 정당하다며 사실상 공정위 손을 들어줬다. 퀄컴이 경쟁사에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거절·제한한 행위는 ‘타당성 없는 조건 제시 행위’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특허 라이선스 계약과 모뎀칩셋 공급계약을 연계한 행위 역시 ‘불이익 강제행위’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실시료 등을 받은 부분은 위법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이날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처분을 확정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경쟁사와 휴대폰 제조사에 대한 행위를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함으로써 이들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한 행위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테크기업 특허료 분쟁에도 파장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와 경쟁당국들 역시 국내 업계 못지않게 이 사건 결과를 예의주시해왔다. 국내 휴대폰 제조사뿐만 아니라 애플, 인텔, 화웨이 등 글로벌 IT업체들의 특허료 등에도 이번 사건 판결이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규모의 과징금과 함께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정위 내부에선 이 사건을 최근 10년간 가장 우수한 심결 사례로 선정하기도 했다.공정위는 “이동통신업계의 공정한 경쟁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퀄컴은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며 “한국 및 한국 파트너사들과의 장기적인 협업 관계가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경진/이슬기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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