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특허 갑질 벌금 1조원

유럽연합(EU) 최고법원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 2018년 부과한 43억4000만유로(약 6조2640억원)의 경쟁 법규 위반 과징금을 지난해 9월 확정했다. 실제 과징금은 41억2500만유로(약 5조9490억원)로 5% 감액되긴 했으나, 독점금지법 위반 제재금으로는 지금까지 세계 최대 규모다.

구글이 2017~2019년 EU 집행위로부터 부과받은 반독점 벌금은 총 3건에 걸쳐 82억5000만유로(약 11조8979억원)에 이른다. 알파벳의 연간 매출액이 300조원을 넘고, 영업이익만 100조원에 육박한다고 하더라도 적잖은 액수의 벌금이다.중국 알리바바는 공산당에 반기를 들었다가 미운털이 박혀 3조원대의 보복성 벌금을 물었다. 창업자 마윈이 2020년 10월 상하이의 한 행사에서 금융당국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난했다가 중국 반독점 과징금 최대액인 182억2800만위안(약 3조4744억원)을 부과받았다. 대개의 경우 경쟁 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하면 해당 기업은 불복 절차를 거치기 마련인데, 알리바바는 “행정처분을 성실히 수용하고 결연히 복종하겠다”며 바로 꼬리를 내렸다.

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업체 퀄컴이 어제 한국 대법원에서 1조311억원의 시장지배적 지위남용행위 과징금 확정판결을 받았다. 한국 독과점 벌금으론 역대 최대 규모다. 퀄컴과 공정거래위원회 간의 법정 공방은 6년2개월 동안 벌어졌다.

이번 판결은 표준필수특허(SEP)라는 권리를 인정받았을 때 이행해야 하는 FRAND(프랜드·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 공정·합리·비차별적) 원칙 위반과 관련된 것이다. 휴대폰 생산에 필수적인 이동통신 SEP를 보유한 퀄컴이 삼성 등 경쟁 칩셋 제조업체들이 이 특허를 이용하고자 할 때 FRAND 원칙에 입각해 협의해야 했으나, 라이선스 체결을 거절하는 등 ‘갑질’을 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휴대폰 업체들엔 특허권 계약을 일방적인 조건으로 몰고 가기도 했다.한 기업의 독점 이익을 위한 ‘배타적 생태계’가 아니라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개방적 생태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