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돈으로 어떻게 출장을 가나"…공무원들 뿔났다 [관가 포커스]

17년 만에 5000원 오른 출장비
부처마다 '예산 펑크'
사진=연합뉴스
세종시 A부처에서 근무하는 김모 사무관은 지난달 중순께 부산으로 공무출장을 다녀왔다. 새벽에 오송역에서 출발해 부산에서 업무를 처리한 후 밤늦게 오송역에 도착하는 당일 출장 일정이었다. 일정이 워낙 바빠 식사도 혼자서 해야만 했다. 이 경우 김 사무관이 지급받아야 하는 출장비는 실비로 정산되는 KTX 기차 요금을 제외하고, 일비(2만5000원)와 식비(2만5000원) 등 5만원. 하지만 김 사무관이 실제로 받은 돈은 4만원에 불과했다.

정부가 지난달 17년 만에 공무출장 공무원의 식비 및 출장비, 숙박비 등 여비를 인상했지만, 일부 부처가 예산 부족으로 인상분만큼의 여비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상된 여비를 지급하고 있는 부처들도 예산 부족으로 올 하반기엔 ‘출장비 펑크’ 현상이 곳곳에서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14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달 2일 공무원 여비규정 개정안이 공포·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내 공무출장 공무원 일비와 식비가 하루 기준 기존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5000원씩 올랐다. 일비와 식비가 인상된 건 2006년 이후 17년 만이다.

일비는 여행 중 출장지에서 소요되는 교통비, 통신비 등 각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여비를 뜻한다. 출장지까지의 교통 운임과는 별도로 지급된다. KTX 기차 요금을 비롯해 공무출장 공무원들의 교통 운임은 실비 정산된다.

숙박비는 1박당 상한액이 서울은 7만원에서 10만원, 광역시는 6만원에서 8만원, 그 밖의 지역은 5만원에서 7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숙박비 인상은 2015년 개정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인사처 관계자는 “국내 공무출장의 효율적인 수행을 지원하기 위해 숙박비, 외식비, 교통비 인상에 따른 국내 여비 지급 기준을 물가 수준에 맞춰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인사처는 개정안이 공포·시행된 지난달 2일 이후 국내 공무출장을 시작하는 경우부터 적용하기로 했다.문제는 인상분만큼의 여비를 받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세종시에 있는 일부 부처는 사무관급 이하 공무원들의 경우 기존 일비와 식비인 2만원씩만 지급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 출장비 예산이 인상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채 작년에 짜였기 때문에 인상분을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설명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올 들어 출장도 급증하고 있다. 공무원들의 현장 방문이 늘면서 작년에 비해 출장 건수도 늘어난 것이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르면 소속기관의 장은 여비가 부족할 경우 감액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볼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한 공무원은 “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일비와 식비 각각 2만5000원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인사처 관계자는 “여비 인상에 따른 출장비 예산은 각자 부처에서 해결해야 할 몫”이라며 “출장비 예산이 부족하다면 다른 예산에서 전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 펑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각 부처에서 불요불급한 지출을 최소화하라고 주문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예산 전용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인상분만큼 제때 지급하더라도 올 하반기에 모든 부처의 출장비 예산이 ‘펑크’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