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지키겠다" 민주당의 '뜬금포' 왜? [이슈+]

"개식용 논란 끝내야" 민주 특별법 추진 발표
'손흥민 차별 예방법' 명명…"당론은 아직"
손흥민 그동안 당한 인종차별 얼마나 심했길래
손흥민. / 사진=연합뉴스
"손흥민에 대한 차별과 야유 소재가 된 빌미도 근절해야 합니다."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두고 각종 설화와 사법리스크 등으로 인해 여야 모두 어수선한 정국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돌연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에서 활동하는 축구선수 손흥민을 차별로부터 보호하겠다는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혀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3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개 식용' 논란을 끝내기 위해 당 차원에서 마련하고 있는 특별법을 발표했다. 이른바 '손흥민 차별 예방법'으로 명명한 김 의장은 "개 식용 문제의 획을 그을 때가 됐다"며 "반려동물 시대, 한류 시대이며 부산 엑스포 추진 및 각종 대형 행사가 줄 잇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김 의장은 "손흥민에 대한 차별과 야유 소재가 된 (개 식용) 빌미도 근절해야 한다. 아이와 찍은 사진보다 반려동물과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더 많이 올리는 시대에 개 식용 논란은 끝내야 한다"면서 "개 불법 사육, 도축, 식용을 금지하고 관련 상인의 안정적인 전업을 지원하는 특별법을 발의하고 통과시킬 것"이라고 정부, 여당, 대통령실의 협조를 촉구했다.

개 식용 문제는 1980년대부터 사회와 정치권에서 해마다 등장하는 해묵은 논란으로 꼽힌다. 높아진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을 깎아내리는 '개고기' 논란을 이젠 끝내자는 게 민주당의 취지다. 민주당은 그 대표적인 예로 손흥민을 든 것이다.
손흥민을 향해 분노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팬들의 인종차별성 게시물. / 사진=트위터
그간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홋스퍼의 상대로 만난 구단의 일부 팬들은 온라인상에서 손흥민을 향해 심한 인종차별을 자행해왔다. 2021년 4월 손흥민에게 "집에 돌아가서 개고기나 먹어라" 등 인종차별성 악성 댓글을 남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 12명은 영국 경찰의 추적 끝에 결국 사과문을 쓰기도 했다.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2월만 해도 후반전 투입된 손흥민의 골로 패배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팬들의 인종차별이 논란이 됐었다. 이때도 웨스트햄 일부 팬들은 "한국인은 개고기를 먹는다" 등 손흥민과 한국인에 대한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토트넘은 공식 채널을 통해 "경기 중 손흥민을 향한 부끄러운 온라인 인종차별을 인지했다"며 관계 당국의 조치를 촉구했다.
사진=뉴스1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개고기를 먹고 있을까. 닐슨코리아가 국제 동물보호단체 한국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의뢰로 국민 1500명을 대상으로 '한국 개고기 소비와 인식현황'을 조사해 지난해 10월 2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16.7%(250명)다. 16.7%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5.2%는 '개고기를 먹고 싶지 않았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개고기를 먹은 경험이 있는 2명 중 1명은 '타인에 의해 억지로' 먹었던 셈이다. 이런 응답은 20대(53.6%), 30대(46.4%), 40대(43.7%), 50대(37.1%) 등 젊을수록 강했다.개고기를 권유했던 상대는 아버지가 29.2%로 1위, 이어 직장 상사(22%) 등 순으로 나타났다. 주로 윗사람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개 식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지난해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개 식용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84.6%로 전년 대비 3.9% 증가했다. 이 중 한 번이라도 개 식용 경험이 있지만, '앞으로는 먹지 않겠다'는 응답은 38.7%로 나타났다. '먹어본 경험도 없고 앞으로도 먹지 않겠다'는 응답도 45.9%로 전년 대비 5.6% 늘어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개 식용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고, 특히 김건희 여사가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민주당의 특별법 추진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김 의장이 그날 처음 개 식용 금지법을 말씀하신 것"이라며 "당론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엔 이른 것 같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