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뭉칫돈' 쓸어담더니…루이비통·디올의 '배신'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안혜원의 명품의세계] 30회

명품업체들, 기부 한푼 않고 번 돈 해외 본사로
디올 순익의 67% 배당
루이비통은 한 푼도 기부 안해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앞에 입장을 기다리는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사진=뉴스1
한국인의 유별난 명품 사랑에 힘입어 국내에 진출한 외국 명품 업체들이 지난해에도 ‘대박 실적’을 올렸습니다. 국내 판매 가격을 한 해에도 몇 차례씩 올려 거둔 성과입니다. 그러나 명품 업체들은 막대한 순이익의 절반가량을 본국으로 보내면서도 정작 국내 사회공헌 활동에는 인색한 실정입니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6501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전년(5275억원) 대비 23.2% 늘어난 수치입니다. 영업이익도 2105억원으로 23.4% 늘었으며 순이익은 1538억원을 기록했습니다.앞서 루이비통코리아도 지난해 매출 1조6923억원으로, 전년(1조4681억원) 대비 15% 늘어난 실적을 거뒀다고 공시했습니다. 영업익은 4177억원으로 같은 기간 38%, 순이익은 3800억원으로 68.9% 급증했습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가방 등 주요 제품 가격을 두 차례 인상하면서 매출과 이익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서울 시내의 한 백화점 명품관 샤넬 매장에서 시민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스1
디올을 운영하는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9295억원을 기록, 전년(6125억원) 대비 무려 52% 증가했습니다. 영업익도 3238억원으로 전년과 견줘 50% 이상, 순이익은 2427억원으로 55% 이상 늘었습니다. 디올도 지난해 제품 가격을 두 차례 인상한 바 있습니다. 스위스 명품 시계 롤렉스를 판매하는 한국롤렉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328억원, 순이익이 25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 22%가량 늘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번 돈의 상당 부분은 배당을 통해 해외로 넘어갔습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순이익 1538억원 중 750억원을 본사에 배당해 절반에 가까운 돈이 외국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전년 배당금(600억원)과 비교해 25% 늘어난 수준입니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분 100%를 보유한 프랑스 지주회사 배당금으로 2252억원을 책정했습니다. 전년(1560억원) 대비 44% 늘어난 액수입니다. 한국롤렉스는 배당금을 같은 기간 250억원에서 350억원으로 늘렸습니다. 지난해 영업익보다도 많습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지분을 나눠가진 디올 홍콩법인(67.80%)과 프랑스 본사(32.20%)에 1647억원의 배당금을 책정했습니다. 순이익의 67%에 달합니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앞줄 오른쪽)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이 서울 신천동 롯데에비뉴엘에서 만나 안내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내 명품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명품기업들은 한국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루이비통과 디올을 운영하는 LVMH그룹 베르나르 아르노 총괄회장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 서울 주요 매장을 둘러보고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주요 유통업계 수장들을 잇달아 만나 사업을 논의했습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시장 규모는 168억달러(약 21조원)로 전년 대비 24% 성장했습니다. 인구수로 환산하면 1인당 325달러(40만원)로 미국의 1인당 명품 지출액인 280달러를 훨씬 웃도는 금액입니다.

하지만 역대급 매출을 올리며 뭉칫돈을 벌어들인 한국에 대한 기부 등 사회공헌활동은 인색했습니다. 에르메스코리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5억6000만원을 기부했습니다. 디올의 기부금은 순익의 0.007% 수준인 1620만원에 그쳤습니다. 한국 시장에서 역대급 매출을 올린 루이비통의 경우 3년간 기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습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