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한다더니 왜 거기서 나와?…호텔 드나드는 직장인들

호텔들, '워케이션' 수요 겨냥 다양한 패키지 내놔…지자체들 적극적
수도권 호텔, 체크아웃 시각 늦추는 등 '스테이케이션' 상품 선보여
사진=연합뉴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을 맞은 호텔업계가 스테이케이션(머물다+휴가)과 워케이션(일+휴가)에 주목하고 있다. 해외여행이 늘어나는 가운데 일과 함께 호텔을 찾는 장기 호캉스(호텔+바캉스)객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분산오피스 ‘집무실’ 운영사 알리콘과 손잡고 지난 7일부터 한화리조트 제주에 워케이션을 위한 '워크 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일과 휴가의 합성어인 워케이션은 휴양지에서 업무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지역체류형 근무를 뜻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워크 스테이를 라는 한화리조트와 집무실 회원은 정상가의 절반 가격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전국에 운영 중인 호텔과 리조트의 유휴 공간을 활용해 외부 고객도 이용할 수 있는 워크 스테이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화리조트 제주의 워크 스테이는 돌집으로 지역색을 살렸고 숲과 정원, 야외 산책로를 조성했다. 단체가 사용 가능한 라운지와 1인 전용 공간 등을 갖췄다. 라운지는 10~15인용 테이블과 회의용 모니터 등을 구비해 팀 단위 업무도 무리가 없다고 소개했다.
사진=한화리조트 제주
메종 글래드 제주도 다음달 말까지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일하멍 쉬멍 놀멍 패키지’를 운영한다.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중 3박 이상 기준으로 투숙 가능하다. 업무와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수요를 겨냥한 것으로 야외 수영장, 부대시설 이용권 등 혜택을 포함했다.제주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호텔에서 레이트 체크 아웃 서비스를 제공해 일과 함께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상품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 용산 소재 서울드래곤시티가 6월 말까지 운영하는 ‘룸콕 패키지’의 경우 오후 2시 체크 아웃과 함께 다양한 콘텐츠 감상을 내세운 상품이다. LG전자 및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코리아와 손잡고 기획한 패키지를 예약하면 호텔방 안에 비치된 ‘플레이스테이션5’ 게임기와 홈 시네마 등을 활용해 휴식을 즐길 수 있다.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은 최대 27시간 동안 투숙 가능한 ‘24시간 스테이케이션’ 패키지를 내놨다. 통상 익일 오전에 방을 비워줘야 하는 기존 패키지와 달리 오후 6시까지 투숙 가능한 상품이다. 조식 뷔페 이용 시 50% 할인 혜택을 준다.
사진=한화리조트
호텔업계는 일본과 중국 항공 노선이 살아나면서 해외 여행 수요가 늘어나자 투숙객 확보를 위해 워케이션, 스테이케이션을 앞세우고 있다. 국내 대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리프레시 휴가가 복리후생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를 감안한 행보다.

SK텔레콤은 올 1월부터 직원 근속년수 5년마다 최장 30일의 리프레시 휴가를 주는 제도를 도입했고, KT도 지난해 5년 근속 보상제도를 신설했다. 지방에서는 이같은 기조를 반기는 분위기다. 일례로 부산시는 지난 2월 역외기업 임직원에게 업무공간과 기업 간 네트워킹 공간 등을 제공하는 '부산형 워케이션 거점센터'를 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국제선 여객 회복세가 뚜렷한 반작용으로 국내 관광지를 잇는 국내선 노선은 감소하고 있다. 대표적 코로나19 수혜 관광지인 제주의 경우 1분기 김포~제주 노선 운항횟수는 지난해 1분기보다 8.9% 감소했다. 반면 인천국제공항의 올 1분기 국제선 운항횟수와 여객 수는 급증해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60%대 수준까지 회복된 상태다. 1분기 국제선 여객 수는 1143만2000명으로 지난해 1분기의 약 10.5배로 급증했다.
자료=한국은행
다행히 국내 수요는 비교적 탄탄하다. 제주의 경우 1분기 김포~제주 노선 운항횟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관광객 유입은 꾸준한 추세다.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김포~제주 노선 운항횟수는 줄었으나 여객인원은 1.2% 증가한 43만6184명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최근 제주지역 실물경제 동향'에 따르면 3월 중 제주를 찾은 관광객수는 107만3000명으로 지난해 3월보다 20만명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내국인 관광객수가 봄철 제주여행 증가 및 기저효과 등에 따라 소규모 단체관광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